朱子, 퇴계에 예를 갖추다… 中 주희의 후학 8명, 도산서원 찾아 참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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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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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 사람 심성연구 주자보다 세밀” 감탄

4일 오전 퇴계 위패(오른쪽 사진)를 모신 경북 안동시 도산서원 상덕사를 찾은 중국 학자들이 위패 앞에서 예를 갖추고 있다. 1574년 도산서원 건립에 맞춰 상덕사에 모신 위패에는 ‘퇴도이선생’이 새겨져 있다. 이황의 호는 퇴계, 퇴도, 청량산인 등 여러 가지였으나 ‘퇴도’가 더 높이는 뜻을 담고 있다. 안동=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4일 오전 퇴계 위패(오른쪽 사진)를 모신 경북 안동시 도산서원 상덕사를 찾은 중국 학자들이 위패 앞에서 예를 갖추고 있다. 1574년 도산서원 건립에 맞춰 상덕사에 모신 위패에는 ‘퇴도이선생’이 새겨져 있다. 이황의 호는 퇴계, 퇴도, 청량산인 등 여러 가지였으나 ‘퇴도’가 더 높이는 뜻을 담고 있다. 안동=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지금 이 자리에 퇴계와 주자 선생이 함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마 두 분이 살아 있다면 주자는 이곳을, 퇴계는 우이(武夷) 산을 제일 가보고 싶어 했을걸요.”

4일 오전 경북 안동시 도산면 안동댐 호수 선상. 한국과 중국 학자들은 호수 주변으로 펼쳐진 도산구곡(陶山九曲·도산 일대 경치가 빼어난 아홉 물줄기를 낀 골짜기)을 바라보며 탄성과 함께 경탄을 쏟아냈다. 호주머니에서 1000원권을 꺼내 퇴계의 초상화와 도산 풍경을 보면서 “지폐 속 이곳이 바로 저곳”이라며 “두 분의 삶과 학문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하다”고 입을 모았다.

○ 주자 후학들, 퇴계의 삶을 찾아오다

중국 푸젠(福建) 성 유학 연구자들이 퇴계 이황(1501∼1570)의 삶을 찾아 처음으로 경북 안동 도산서원 일대를 답사했다. 이들은 제광위(解光宇·54·철학과) 안후이(安徽)대 유학연구센터 교수 등 대학교수와 푸젠 성 송명리학연구센터 연구원 등 유학을 연구하는 학자 8명. 푸젠 성은 공자와 함께 중국 문화의 상징적 인물로 꼽히는 남송(南宋) 시대 주자(주희·1130∼1200)의 고향이다. 주자는 유학 문헌 중 ‘대학’ ‘논어’ ‘맹자’ ‘중용’이 가장 중요하다며 ‘사서(四書)’로 이름 짓고 해석했다.

주자는 천하절경으로 이름난 푸젠 성 우이 산에서 공부하면서 9개 물줄기를 ‘무이구곡(武夷九曲)’으로 이름 짓고 5곡 지점에 무이정사(武夷精舍)를 세웠다. 퇴계 후학들은 도산 일대를 ‘도산구곡’으로 이름 지었으며 5곡에 도산서원을 세웠다. 퇴계가 주자를 학문적 모델로 삼았지만 ‘사단칠정(四端七情)’에 대한 퇴계의 인식은 주자를 넘는 조선 유학의 특징을 보여준다는 자부심에서다. 청량산 구간을 제외한 도산구곡은 1970년대 중반 안동댐 건설로 대부분 물에 잠겨 있다.

공자 이후 최고의 유학자로 꼽히는 주자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퇴계의 고향을 찾은 이유는 퇴계가 주자학을 공부의 모범으로 삼기는 했지만 주자와 차별되는 학문 세계를 이룬 점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장핀돤(張品端·56) 송명리학연구센터 비서장(교수)은 “퇴계의 주자학 이해도 탁월하지만 사람의 심성에 대한 연구는 한층 더 세밀하다”고 평가했다.

○ 퇴계의 사람다움 정신에 예를 갖추다


퇴계의 위패(신위)를 모신 도산서원 상덕사를 참배한 중국 학자들은 감격스러워했다. 두 번이나 위패 앞에 예를 갖춘 진인전(金銀珍·54·여) 우이대 교수는 “퇴계를 공부하면서 사람다움을 깊이 고민한 그의 향기가 너무나도 뭉클하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중국 학자들은 도산서원에서 청량산으로 이어지는 ‘녀던길’(퇴계가 도산과 청량산을 오가며 사색했던 길)을 3시간 동안 걸으며 주자 속 퇴계, 퇴계 속 주자를 떠올렸다. 중국 측 책임자인 리신(黎昕·54) 푸젠 성 사회과학원 부원장은 “무이구곡과 도산구곡에 담긴 두 분의 흔적이 정말 비슷해 놀랐다”며 “사람의 근본 심성을 깊이 고뇌한 두 분의 노력을 지금 되살리는 게 두 나라의 과제”라고 말했다.

태어난 지 7개월 만에 아버지를 잃은 퇴계는 7세부터 도산서당 자리에서 7km 떨어진 용수사(龍壽寺)에서 공부했다. 조선시대는 유학을 숭상하는 분위기였으나 퇴계는 유교와 불교에 칸막이를 친 시대적 제약을 넘어섰다. 이날 함께 답사한 용수사 주지 상운 스님은 “지금처럼 이분법적인 작은 생각들이 넘치는 세태에 퇴계의 자세는 주의를 기울일 점이 많다”고 말했다.

푸젠 성과 한국국학진흥원은 이번 답사를 계기로 퇴계와 주자를 연결하는 연구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 나가기로 했다. 김병일 한국국학진흥원장은 “퇴계와 주자가 꿈꿨던 넓은 세계가 지금 절실한 가르침이 되도록 관심이 높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동=이권효 기자·동양철학박사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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