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겁나 거리에서 애들이 사라졌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7일 03시 00분


■ ‘아스팔트 방사능’ 서울 월계동 주민들 불안

방사능 측정하는 朴시장 6일 오후 박원순 서울시장이 아스팔트에서 방사능이 검출된 서울 노원구 월계동 907 일대를 찾아 직접 휴대용 계측기로 방사능 수치를 측정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방사능 측정하는 朴시장 6일 오후 박원순 서울시장이 아스팔트에서 방사능이 검출된 서울 노원구 월계동 907 일대를 찾아 직접 휴대용 계측기로 방사능 수치를 측정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드르럭, 드르럭.”

6일 오후 서울 노원구 월계동 인덕공고 앞 도로는 아스팔트 철거 공사가 한창이었다. 서울시가 대기 평균 수치보다 20배나 많은 방사능이 검출된 이곳에서 원인으로 지적된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있었던 것. 아파트와 연립주택이 몰려 있는 조용한 주택가에 굴착기 등 대형 중장비가 등장해 아스팔트를 걷어내기 시작하자 바로 옆 사람과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시끄러운 소음이 들렸다. 월계동 907 일대는 이미 도로 철거 공사를 끝내고 인부들이 새 아스팔트를 깔려고 도로를 평평하게 만들고 있었다. 일부 도로에는 부서진 아스팔트가 그대로 방치돼 있기도 했다. 주말을 맞아 집에서 쉬던 주민들은 소음과 먼지로 큰 불편을 겪었다. 주민 장영임 씨(41·여)는 “원래 낮에 애들이 놀이터에서 많이 놀았는데 이제는 아무도 안 나온다”면서 “우리 애도 등교할 때 방사능 검출 지역을 돌아서 가도록 시켰다”며 불안해했다.

도로 철거 현장 주변에 모인 주민들은 불안한 눈빛으로 현장을 지켜봤다. 임신 7개월째인 김모 씨(27·여)는 “방사능 때문인지 모르지만 돌이 지난 첫아이는 배 속에 있을 때 폐에 이상이 생겨 수술을 받아야 한다”며 “문제가 된 아스팔트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고 새 아스팔트를 덮을까봐 걱정이 돼 나왔다”고 말했다. “아스팔트에서 나온 방사능 때문에 암에 걸렸다”는 이야기까지 주민들 사이에 돌면서 주민들의 불안감이 더 커진 상태.

주민들은 ‘노원구 방사능 검출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대책 마련에 나섰다. 비상대책위원회는 3일 2000년부터 월계동 일대에 거주해온 주민 100여 명을 대상으로 질병이 있는지 조사하고 빠른 대책 수립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받아 노원구에 제출했다. 대책위원회 육도군 총무는 “암에 걸렸거나 피부질환이 있는 주민들을 파악 중”이라며 “방사능과 질병이 관계가 있다는 결과가 나올 경우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아스팔트 포장구역에서 방사능이 검출된 월계동 907 일대를 이날 오후 4시부터 한 시간가량 방문했다. 박 시장은 이 자리에서 “이상 수치의 방사능이 검출된 지역의 주민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또 “인체에는 영향이 없는 소량이라 하더라도 시민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 서울시 책임”이라며 “오염된 아스콘이 어디서 유입됐는지 철저히 원인을 규명하고 어느 지역에서 공사됐는지 파악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박 시장은 직접 휴대용 계측기를 들고 아스팔트가 제거된 지점에서 방사선 수치를 측정하기도 했다. 측정 결과는 대기 중 평균치와 크게 다르지 않은 시간당 0.2μSv의 방사선 수치가 측정됐다. 방사선이 검출된 아스팔트 조각 샘플을 측정한 결과는 평균치를 크게 웃도는 시간당 2.7μSv였다. 박 시장은 “방사능 조사에 대한 공적인 권한과 의무가 없는 시민이 직접 먼저 나서서 방사능을 측정하고 신고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며 “최초 신고한 시민을 표창하고 싶다”고 말했다.

시는 7일까지 2000년에 아스팔트를 시공한 구간에 대해 방사능 검출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시에 아스콘을 공급하는 업체 16곳이 생산한 원재료에 대해서도 방사선 측정을 실시해 6일까지 조사한 도로 30곳과 업체 9곳에서는 방사선량이 기준치 이하로 검출됐다고 밝혔다. 시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서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대로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시는 최초 신고를 받은 뒤 4일부터 6일까지 이 일대 아스콘 철거를 완료했다. 이날 인근에 있는 덕릉로60길(폭 6m, 길이 90m)의 아스콘도 철거했다. 철거된 아스콘은 현재 포대에 담은 후 천막으로 포장해 노원구 상계동의 한 수영장에 임시로 보관하고 있다. 시는 철거한 아스콘을 KINS에서 분석한 결과에 따라 처리할 방침이다. 방사선이 검출된 지역 아스팔트는 전면 재시공하기로 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