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어업지도선 ‘禁女의 벽’ 허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7일 03시 00분


서해어업관리단 여성 3명
45년 만에 첫 승선 영예

“힘든 바다 일을 여자라고 못하라는 법이 있나요.”

국가어업지도선에서 금녀(禁女)의 벽이 45년 만에 무너졌다. 농림수산식품부 서해어업관리단은 올해 특별 공개 채용한 여성 직원 3명이 국가어업지도선을 타고 3일 처녀 출항했다고 6일 밝혔다. 강효정(26) 김나현(30) 김미경 씨(24) 등이 여성 첫 승선의 영광을 안은 주인공이다. 해군 함정이나 해경 경비정은 금녀의 벽이 무너졌지만 1966년 창설돼 어선 안전 지도 등 업무를 수행하는 어업지도선은 그동안 금녀의 공간으로 남아 있었다.

이들은 부경대, 목포해양대, 전남대 해양 관련 학과를 각각 졸업하고 항해사 면허증을 취득하는 등 승선에 필요한 조건을 갖췄다. 승선에 앞서 한 달간 육지에서 기초행정과 승선기본 업무도 익혔다. 강 씨는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느는 만큼 남성 직원들과 똑같은 조건에서 근무하며 경쟁력을 키우고 싶다”면서 “지도선의 딱딱한 분위기를 바꾸고 여성 특유의 섬세한 행정으로 어업인들의 안전을 책임지겠다”며 출항 소감을 밝혔다. 이어 “부모님이 ‘배를 타고 나가게 됐다’는 말을 듣고 걱정을 많이 했지만 당당하게 열심히 일하겠다는 각오를 듣고 격려해 줬다”고 말했다.

강 씨는 1200t급 무궁화 15호를 타고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중국어선 단속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김나현, 김미경 씨는 500t급 지도선에 승선해 제주 서쪽과 서해 특정 해역에서 어선 지도 등의 첫 업무를 시작했다. 서해어업관리단은 이들을 위해 화장실과 세면장 등 일부 시설을 고쳤다. 목포에 있는 서해어업관리단에는 500t과 1000t이 넘는 어업지도선 15척이 배치돼 있다. 척당 14명이 승선해 7주 정도 해상에서 임무를 수행한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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