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우리학교 공부스타]충남 천안동중 3학년 유혜선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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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8일 03시 00분


“이루고픈 꿈 확실… 마이스터高에서 앞서가요”

《충남 천안동중 3학년 유혜선 양(15)이 지난해 “저는 마이스터고에 가겠어요”라고 선언했을 때 어머니는 충격을 받았다. 내신 성적도 상위 9%인 딸이 대학을 마다하다니. ‘당연히’ 일반계고로 진학해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하지 않는가 말이다. 하지만 어느새 어머니는 변했다. 유 양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가 되어 준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가요. 저는 제 꿈을 이미 찾았어요. 그래서 주저 없이 마이스터고를 선택했어요.” 유 양은 지난달 마이스터고인 미림여자정보과학고에 이사장 장학생으로 당당히 합격했다. 소중한 꿈에 남들보다 한발 먼저 다가갔다는 생각에 유 양의 가슴은 부풀어있다.》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들고 있는 충남 천안동중 3학년 유혜선 양. 유 양은 최근 마이스터고인 미림여자정보과학고에 지원해 합격했다.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들고 있는 충남 천안동중 3학년 유혜선 양. 유 양은 최근 마이스터고인 미림여자정보과학고에 지원해 합격했다.
유 양은 호기심으로 똘똘 뭉친 초등학생이었다. 사물놀이부에서 장구를 쳤고 비즈·리본공예도 배웠다. 북아트에 관심이 있었고 요리를 좋아해 집에서 직접 쿠키를 굽기도 했다. 워낙 하고 싶은 일이 많아 “나중에 직업을 가지면 투잡, 스리잡을 하고 싶다”고 당차게 말할 정도였다.

중학생이 되자 고민이 밀려왔다. 다양한 방면에 두루 관심이 많은 자신이 ‘팔방미인’인 줄로만 알았지만, 이내 단 한 가지에도 자신을 뜨겁게 던지지 못한 채 ‘수박 겉핥기’ 같은 삶을 산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곰곰이 생각했다.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은 뭘까? 그래, 컴퓨터 프로그래밍이야!

유 양은 학교 계발활동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 반을 선택했다. 자바 프로그래밍 언어와 포토샵 같은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서 짜릿한 희열을 느꼈다.

2학년이 되니 진학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다. 마이스터고를 가서 취업을 할 것인가, 아니면 일반계고를 통해 대학에 진학할 것인가. 주위에 마이스터고 얘기를 꺼내면 곧바로 “대학을 나와도 취직이 쉽지 않은 사회현실에서 대학까지 안 가면 얼마나 더 힘들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유 양의 생각은 벌써 마이스터고로 기울고 있었다. 명확한 꿈이 있는 이상 그 꿈에 더 빨리 달려가고 싶었던 것이다.

“취업이 안 되거나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이른바 ‘삼포 시대’의 희생자가 되고 싶지 않았어요.”

방향을 정했다. 남은 것은 유 양의 노력이었다. 원하는 마이스터고에 진학하기 위해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려 애썼다. 지난해 충남정보올림피아드에 출전해 ‘별’에 관한 교육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기도 했다. 별자리 소개, 별자리 운세, 별을 둘러싼 상식 등에 관한 애니메이션을 담은 프로그램이었다. 결과는 금상. 올해도 같은 대회에 나가 ‘원자력’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으로 은상을 받았다. 자격증도 꼼꼼히 챙겼다. 현재 유 양이 가진 자격증은 네 개. 워드프로세서 2급, 정보기술자격(ITQ) 아래한글 A등급, 정보기술자격 한글파워포인트 A등급, 정보기술자격 인터넷 B등급이 그것이다.

“모두 제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는 과정으로 생각해요.”

유 양은 미림여자정보과학고 뉴미디어솔루션과에 합격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그래픽기술자격증(GTQ)에 도전한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긴 것이다. 뉴미디어솔루션과는 프로그래밍과 더불어 디자인 능력이 요구되는 만큼 이 자격증을 따기 위해 포토샵을 맹연습 중이다.

“제 꿈과 관련된 것은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거든요.”

마이스터고 진학 후 가장 기대되는 일은 동아리 활동이다. 유 양은 “합창반, 무용반, 게임메이커반, 앱(애플리케이션)반 등 하고 싶은 활동이 많지만 하나를 선택해야 해 벌써부터 아쉽다”며 웃었다.

유 양은 미림여자정보과학고가 예비 신입생 전원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4개월간의 적응훈련 프로그램인 ‘프리하이스쿨(Pre-Highschool)’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 받은 과제는 ‘미래 50년 후의 IT(정보기술)에 대해 창의적으로 생각하라’.

유 양은 이른바 ‘IT Wall(정보기술 벽)’을 떠올렸다. 가정 내 벽을 ‘태블릿PC화’하는 아이디어다. 앱을 실행하면 벽이 극장처럼 대형 스크린으로 변하고, 다른 앱을 실행하면 벽이 포인트 벽지처럼 변하면서 실내 분위기를 확 바꾸고, 또 다른 앱으로는 벽을 전화기 삼아 영상통화를 한다는 기발한 발상이다. 유 양은 장차 정보통신기술(ICT)서비스 기업인 삼성SDS에 입사해 웹과 앱 개발 프로그래머로 활동하고 싶다.

“아직 국내에는 여성 프로그래머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에요. 여성과 프로그래머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편견을 깰 겁니다. 스티브 잡스의 창의력과 스티브 워즈니악(애플 공동창업자)의 기술개발력을 겸비한 인재가 되고 싶어요.”

유 양은 미림여자정보과학고 입시 면접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제가 몸담고 있는 중학교가 저라는 원석을 발굴해준 광부라면, 미림여자정보과학고는 그 원석을 다듬어줄 세공사가 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세계에서 가장 빛나는 보석이 되고 싶습니다!”

천안=오승주 기자 canta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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