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18일 수능시험장… 지난해 11월 18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일. 모의고사에서 영역별 1등급을 유지하던 수험생 이모 씨(19·여·서울 동작구)는 비장한 각오로 시험장에 들어섰다. 1교시 언어영역. 지나치게 긴장한 탓일까. 평소 같으면 쉽게 읽어 내려 갔을 지문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하나라도 틀리면 끝장’이라는 생각으로 문제를 풀다보니 평소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 지문 5개가 남았을 때 감독관의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20분 남았습니다.” 돌연 심장이 쿵쾅거리고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서둘러 문제를 풀었지만 집중력은 더 흐트러졌다.
이 씨는 “채점 결과 마지막 5개 지문에서 실수가 많았던 데다가 당연히 맞혔다고 생각한 EBS 연계문항도 틀려 점수가 더 떨어졌다”면서 “언어영역을 망쳤단 생각에 다른 과목 시험도 제대로 보기 어려웠고, 결국 수능 성적이 평균 2등급으로 떨어져 재수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올해 쉬운 수능이 예고된만큼 실수를 최소화해야 한다. 동아일보 DB
2012학년도 수능이 이틀 앞이다. 수능은 모의고사와는 다르다. 낯선 시험장에서 낯선 ‘경쟁자들’과 함께 치른다. 이 씨처럼 3년 내내 좋은 성적을 유지했어도 막상 실전에서 긴장한 나머지 실수를 남발해 점수가 확 떨어지는 경우도 적잖다.
결국 실수를 최소화하는 게 관건. 올해 수능은 교육방송(EBS) 연계를 강화해 영역별 만점자 비율이 1%가 되도록 쉽게 출제한다는 방침인 만큼, 실수를 얼마나 줄이느냐에 따라 등급이 갈릴 수도 있다. 수능 당일 수험생들이 주로 범하는 실수를 유형별로 살펴보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실수 1. 이 지문, 기억이 날 듯한데…
올해 수능의 특징은 수험생이 시험지를 받았을 때 지문이나 문제가 EBS 교재와 연계됐다는 사실을 확실히 체감할 만큼 ‘연계 체감도’를 높인다는 것.
이런 EBS 연계 문제에서 오히려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어, 이거 예전에 봤던 건데?’라면서 자신이 공부했던 기억에 의존해 풀다가 EBS 교재에서 변형 출제된 부분을 알아채지 못하거나 문제에 살짝 첨가해 주어진 조건을 무심코 지나쳐 오답을 고르는 것. 특히 EBS 교재 지문이 직·간접적으로 활용돼 연계 체감도가 높은 언어 및 외국어영역에서 이런 실수가 발생할 공산이 크다.
언어영역 비문학 지문은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대다수 지문이 EBS 교재 원문 그대로가 아니라 축소 또는 확대 변형돼 실리기 때문. 만약 ‘다음 중 글의 내용과 일치하는(하지 않는) 것’을 고르는 ‘내용 일치’ 유형의 문제를 풀 때, EBS 지문에선 다뤘지만 수능 지문에선 살짝 빠진 내용을 살피지 못하고 답을 골라 낭패를 볼 수 있다.
서울 덕수고 윤혜정 국어교사(EBS 언어영역 강사)는 “학생들은 시간이 촉박하고 긴장될수록 눈앞의 지문과 문제를 주의 깊게 보지 못하고 기억을 더듬으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공부했던 내용이 출제되더라도 완전히 새로운 지문을 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수 2. 이 문제 꼭 풀고 넘어가야지
수능 고득점의 관건은 시간 안배. ‘한 문제라도 절대 틀리면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에 한두 문제에 매달리다 시간 배분에 실패하는 수험생이 적잖다.
1분 이상 고민해도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으면 일단 과감하게 넘어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다른 문제부터 풀고 나중에 다시 보면 새로운 문제 접근방식이 떠올라 의외로 쉽게 풀리기도 한다. 풀지 못한 문항 번호는 시험지 맨 앞장에 적어두면 도움이 된다. 일반적으로 문항에 별표 등 체크를 해두는 수험생이 많은데, 이런 경우 나중에 다급하게 시험지를 뒤적이다 체크 표시를 미처 못 보고 지나치기도 한다.
인천 하늘고 심주석 수학교사(EBS 수리영역 강사)는 “수리영역은 특히 어려운 문제에 시간을 쏟다가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들까지 놓칠 때가 많다”면서 “2, 3점짜리 객관식 문제와 3점짜리 주관식 문제부터 풀고 나서 4점짜리 객관식 문제, 4점짜리 주관식 문제 순으로 푸는 게 좋다”고 말했다.
실수 3. 쉬운 문제는 무조건 빨리빨리
쉬운 수능이 예고된 만큼 상위권 학생은 단순한 실수도 치명적이다. 계산을 잘못하거나 문제 및 보기를 잘못 읽는 단순 실수는 쉬운 문제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한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강박에 문제를 대충 보고 넘어가기 때문이다.
수리영역은 부등식처럼 익숙한 문제에 더 주의해야 한다. 공식을 순간적으로 혼동하거나, 부등호 방향을 잘못 바꾸는 등 계산과정의 실수가 많기 때문. ‘양수’ ‘정수’ ‘자연수’처럼 문제에 포함된 조건은 반드시 한 번 더 확인한다.
사회·과학탐구 영역의 복잡한 표나 그래프도 주의대상. ‘수치’와 ‘비율’을 착각해 어이없는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지문에 200명이 등장하고 이를 표에서 40%로 표현했다면 실제 수치는 80명이지만, ‘%’를 ‘명’으로 잘못 봐 답을 40명으로 고르는 식.
외국어영역은 수험생이 함정에 빠질 만한 ‘매력적인 오답’이 늘어나는 추세.
경기 한광여고 이아영 영어교사(EBS 외국어영역 강사)는 “빈칸에 들어갈 구나 절을 찾는 문제에서 언뜻 정답처럼 보이는 선지도 잘 살펴보면 단어 하나 때문에 의미가 달라져 오답인 경우가 있다”면서 “어휘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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