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SCHOOL DIARY]“엄만 트위터 못할 줄 알았는데… 대박 신기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8일 03시 00분



디지털 환경에서 자란 자녀와 아날로그 삶을 살아온 부모의 대화를 단절시키는 ‘주범’은 스마트폰이다. 하루 종일 스마트폰만 ‘좀비’처럼 멍하니 쳐다보며 한마디도 하지 않는 자녀의 모습을 부모는 이해할 수 없다. ‘쯧쯧. 이러다 세상이 어떻게 될는지….’

그런데 여기 스마트폰을 통해 자녀와 소통의 물꼬를 튼 어머니가 있다. 그것도 중2 늦둥이 외동딸을 둔 50대 어머니 강모 씨(53·서울 서초구)의 이야기다.

올해 9월, 강 씨는 얼떨결에 스마트폰을 갖게 됐다. 남편이 딸에게 최신형 스마트폰을 새로 선물하면서 딸에겐 쓸모가 없어져버린 구형 스마트폰을 건네받게 된 것. 하지만 강 씨에게 스마트폰은 쓰지도 못할 온갖 기능만 잔뜩 들어 있는 값비싼 휴대전화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어느 날 무심코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던 중 ‘Twitter’(트위터)라 적힌 아이콘이 눈에 들어온 강 씨. 신문과 TV 뉴스에서 자주 언급된 덕분에 낯설지 않은 단어였다. ‘비싼 돈 주고 산 스마트폰인데….’

그날 저녁, 귀가한 딸에게 “트위터하는 법을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강 씨의 예상과 달리 딸의 반응은 냉랭했다. “엄마가 배워서 뭐 하게? 같이 할 사람도 없잖아. 복잡해서 엄마는 못해.”

딸에게 섭섭했다. 나이 든 엄마라고 무시당하는 것 같아 서럽기도 했다. 오기가 생겼다. ‘이까짓 거,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어.’

하지만 만만치 않았다. 인터넷 검색으로 ‘트위터 사용법’을 알아보기도 했고, 친하게 지내는 ‘젊은 엄마’ 몇몇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트위터에 접속할 수 있는 계정을 만드는 데만 하루가 걸렸다. ‘외계언어’처럼 느껴지는 트위터 용어들을 차근차근 익혔다.

일주일이 지나서야 강 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남길 수 있었다. ‘독학’ 2주차엔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등록하는 법을 인터넷을 통해 배웠다. 강 씨는 ‘장을 보러 대형마트에 갔는데, 물가가 너무 오른 게 느껴졌다’처럼 소소한 일상을 글로 작성해 올리는 한편, 가끔씩 애완견 사진을 찍어 등록하기도 했다. 주말 학부모 모임에선 트위터를 하는 젊은 엄마 4명과 ‘팔로잉’(온라인 친구 맺기)을 하기도 했다.

꾸준히 ‘트윗질’(트위터를 하는 행위를 일컫는 신조어)을 하던 어느 날, 강 씨의 트위터에 짧지만 무척이나 반가운 글이 등록됐다. 딸이 자신에게 팔로잉을 신청한 뒤 남긴 축하 메시지! ‘혹시나 해서 검색해봤는데, 엄마 트위터 만들었네! 대박 신기하다.’ 강 씨는 뿌듯함을 느끼는 동시에 왠지 모르게 딸과의 관계가 한 걸음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이후 딸은 강 씨의 트위터에 종종 글을 남긴다. 그가 ‘저녁 반찬거리로 갈치를 샀다’는 글을 작성하면 딸은 ‘난 생선보다 고기가 좋은데…’라고 답변을 남기기도 했다. 저녁식사 시간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밥만 먹고 나면 식탁에서 일언반구 없이 스마트폰만 쳐다보던 딸이 어느새 강 씨에게 트위터와 관련한 이것저것을 설명해준다. 강 씨가 어리둥절한 표정이라도 지으면 자신의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주며 더욱 신나게 이야기를 한다.

어머니들이여! 요즘 청소년 사이에 최고 인기를 끄는 걸 그룹 소녀시대의 신곡 ‘The Boys’는 이런 가사로 시작한다. ‘겁이 나서 시작조차 안 해봤다면 그댄 투덜대지 마라, 좀.’ 스마트폰 사용자 2000만 명 시대. 신세대의 소통방식에 용감히 도전해 공감대를 넓히려는 시도가 먼저 아닐까? 아이가 스마트폰에 빠져 정신을 못 차린다고 투덜대기 전에 말이다.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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