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수업시간에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낸 내용의 녹음 파일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이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학부모단체들은 교육의 중립성과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한 교사들은 수업권을 박탈해야 한다고 나섰다. 청소년단체는 최근의 사례는 일부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 수업은 정치의견 주입 시간?
“경기 군포시 A고의 B 국사교사를 고발합니다. 첫 수업시간이 생생히 기억나는데, 자기를 소개한 뒤 ‘우리가 이렇게 된 건 이명박 때문이다’라는 등 악담을 퍼부었습니다. 광우병 파동 때는 ‘학생들이 들고 일어서야 한다’ ‘그런 고기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먹지 않겠다’ 등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한국청소년미래리더연합(한청련)이 만든 ‘에듀리크스(Edu Leaks)’ 코너에 고교 시절의 경험이라며 대학생이 보낸 내용이다. 청소년 비정부기구(NGO) 단체인 한청련은 정치 편향적 교육을 바로잡자며 학생들의 사이트를 4월에 만들었다. 지금까지 약 20건의 제보가 들어왔다.
곽도훈 대표(18)는 “요즘 학생들이 정부에 근거 없이 반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부 교사의 정치 편향적 교육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며 “판단 정보가 많지 않은 학생에게 교사가 미치는 영향이 커서 위험성을 고발하고자 사이트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한청련은 5월에는 중고교생 80여 명과 함께 정치편향교육실태 고발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학생들은 “일부 교사들이 교권을 남용해 학생들에게 편향된 교육을 하는 사례가 너무 많다”고 입을 모았다.
2년 전 광주 C중에서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출신 교장이 오후 수업을 빼고 5·18민주화운동 행사에 전교생(1000여 명)을 3시간 동안 동원했다. 이 학교 학생은 “사회 교사는 수행평가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을 시청하고 소감문을 쓰게 하고, 시위에도 참여하게 했다. 2010년에는 천안함 사태가 북한이 아닌 이명박 정부가 자행한 일이라고도 했다”고 말했다.
D 씨는 3년 전, 고교 교사가 죄 없는 사람에게 경찰이 폭행을 가하는 영화를 보여주면서 했던 말을 소개했다. “교사가 광우병 파동 때 정부가 불법 시위자들을 진압한 것을 빗대어 ‘이명박 큰 강아지’라며 욕을 했다. 또 수업 때마다 나라를 쥐판으로 만든 이명박 정부를 하루빨리 끌어내야 한다, 투쟁해야 한다고 선동했다.”
○ 학부모들 “수업권 박탈해라”
전문가들은 이런 행태가 벌어지는 이유가 교육이 정치화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기종 국민대 교육학과 교수는 “전교조 합법화 이후 학교 현장이 정파 싸움의 장으로 변했다. 전교조와 한국교총 등 교원단체가 정치 집단화되면서 교육의 중립성이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교조 교사들의 이념 편향적 수업도 심각한 문제지만, 교원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교사들의 비교육적 발언도 그냥 넘기기가 곤란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일부 교사들이 교직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수업 중에는 어떤 것도 전달할 수 있다’고 오해한다. 교직 윤리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외부 자극에 민감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교장은 “최근 인터넷이나 트위터에서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나누는 게 일반화되다 보니 교사가 수업시간에 이러한 이야기를 하는 게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학부모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중고교생 자녀를 둔 조연우 씨는 “정치적 성향이 아직 성립되지 않은 학생들은 스펀지 같아서 교사의 말 한마디에 큰 영향을 받는데, 교사의 편향적인 수업은 아주 위험하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생각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최미숙 상임대표는 “자신의 절대적 영향력을 기반으로 반대되는 건 모두 악이라고 교사들이 강요하는 건 학생들의 가치관을 훼손한다”며 “교육의 중립성과 학생의 학습권을 훼손하는 교사들은 수업권을 박탈하고 교단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희범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사무총장도 “교사는 수업시간에 자기 생각을 주입시킬 수 없다고 법에 명시돼 있지만, 어겨도 처벌을 받지 않으니까 이런 문제가 반복된다. 반드시 징계를 내려 일정 기간이라도 수업을 못 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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