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과실 없어도 산모사망땐 최대 3000만원 보상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8일 03시 00분


■ 의료중재원 내년 4월 출범

2013년 4월부터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통해 분만사고 분쟁을 조정하면 산모 사망은 최대 3000만 원, 신생아 사망은 최대 500만 원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내년 4월 출범한다.

보건복지부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이달 28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7일 밝혔다. 의료분쟁조정법이 올 4월 공포된 데 따른 후속조치다. 복지부는 “아직 정확한 보상액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로 인정받을 경우 최대 30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물론 단순히 분만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보상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의료인이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의무를 충분히 다 했는데도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하는 경우에 한한다. 불가항력의 판단은 산부인과 전문의 2인이 참여하는 조정중재원 내 의료사고보상심의위원회가 한다.

산부인과병원에서 미리 산모들에게 ‘사고가 생겨도 조정중재원에 가지 않겠다’는 동의서를 받는 것은 불법이다. 복지부는 “이런 동의서는 법적 효력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분만사고가 아닌 의료사고의 경우 의료인의 과실이 인정되면 보상금 액수는 3000만 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흉부외과 수술사고처럼 사람의 목숨과 직결된 의료사고가 인정되면 의료인이 1억 원 이상 배상할 수도 있다.

이번 시행령과 시행규칙 제정안의 또 다른 핵심은 ‘대불제도’다. 대불제도란 손해배상이나 피해보상이 확정됐는데도 피해자가 돈을 받지 못할 때를 대비한 제도다. 조정중재원이 미리 환자에게 돈을 주고 나중에 병원에서 받는다. 복지부는 종합병원 1000만 원, 동네의원 10만 원, 약국 5000원 등 8만여 개 의료기관에서 돈을 걷어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돈은 한 번만 걷고, 그 후로는 그 돈을 굴려 운영한다는 게 복지부 구상이다.

의료계는 대불제도가 사실상 가압류라며 반발하고 있다. 윤창겸 경기도의사회 회장은 “지금까지 배상 판결이 나왔을 때 의료기관이 지불하지 못한 경우가 없다. 그런데도 대불금을 만들다니, 우리를 신용불량자로 취급하는 거냐”고 말했다.

조정중재원을 통해 보상금을 받은 환자들이 다시 소송을 걸어도 제지할 방법이 없는 점도 논란거리다. 의료분쟁에 휘말릴 것을 두려워하는 의료인들이 힘든 수술과 진료를 기피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개원의 모임인 전국의사총연합 노환규 대표는 “사망원인에 대해 일일이 책임을 묻는다면 누가 어려운 수술을 하려고 하겠느냐”며 “재원을 의료기관에서 걷으려고 할 게 아니라 국가의 부담률을 높여 의료인들이 적극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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