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쓸이 어업 중단하라.’ 올해 9월 26일 오전(현지 시간) 태평양 한가운데 피닉스제도 인근에서 참치 남획을 반대하는 한글 현수막이 펼쳐졌다. 국제 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가 모는 고속보트 위에서 현수막을 든 사람은 한국인 송준권 씨(39)다. 이날 송 씨는 한국 국적 원양어선 주위를 맴돌며 ‘지속 가능한 어업 이행’을 촉구하는 운동을 벌였다. 송 씨는 그린피스가 운항하는 에스페란자호를 타고 태평양 도서국 해역을 돌며 불법 어업을 감시하는 ‘그린피스 태평양 해양보호 캠페인 2011’에 참가한 유일한 한국인이다. 9월 출항한 배에는 20개국 활동가 32명이 승선했다. 동아일보는 태평양을 누비며 그린피스 활동가로 활약하는 송 씨와 e메일로 인터뷰했다.》 송 씨가 탄 고속보트는 어획량과 불법 어획물 유무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원양어선으로부터 승선 허가까지 받았지만 어선 측은 태도를 바꿔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때 송 씨의 눈에 선박 뒤편에 걸린 상어지느러미(샤크스핀)가 들어왔다. 송 씨는 “참치 낚싯바늘에 상어가 걸리면 값나가는 지느러미만 잘라내고 산 채로 바다에 던져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참치 남획이 심각한 태평양에서 상어 돌고래 바다거북 바닷새까지 마구잡이로 잡히고 있다”고 했다.
송 씨는 그린피스가 한국 선박을 만났을 때 통역을 맡아 해양 보호의 중요성을 알린다. 송 씨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한국이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참치를 태평양에서 잡으면서 참치 보호는 소홀히 해왔기 때문이다. 그린피스는 과거 수차례 불법 어획을 하는 한국 어선을 적발하기도 했다. 송 씨는 “한국 일본이 무분별하게 참치를 남획해 태평양 수자원이 눈에 띄게 줄어 원주민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며 “한국도 해양 보호와 도서국가 주민의 권익 보호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송 씨는 그린피스의 활동이 장기적으로 국내 참치업계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세계 유수의 참치 업체가 공정무역 흐름에 따라 무분별한 포획을 자제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참치 공급을 하겠다고 선언한 상태여서 그린피스의 감시 활동을 통해 국내 업체들도 장기적인 생존 전략을 짜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송 씨는 “한국 어선이 무분별하게 참치를 잡아들이다간 시장에서도 외면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송 씨는 긴급구호가에서 그린피스 활동가로 변신했다. 2005년부터 몽골 도미니카공화국 아이티 등에서 한국국제협력단(KOICA) 단원으로 활약했다. 2010년 아이티 지진 때는 발생 다음 날 곧장 아비규환으로 변한 현장으로 날아가기도 했다. 송 씨는 “해외 구호활동을 하면서 가난이 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환경보호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그린피스와 함께 일하기 위해 에스페란자호에 올랐다”고 말했다.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송 씨는 한국에서 친구와 함께 시원한 맥주를 마시던 시간이 가장 그립다고 했다. 이곳에서도 가장 큰 힘은 동료다. 송 씨는 “활동가 32명이 그린피스에서 캠페인을 벌인 시간을 합치면 205년이나 된다”며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작은 참치캔 속에 담기는 많은 이야기를 한국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공정무역 (Definition of Fair Trade) ::
개발도상국을 비롯한 제3세계 국가 주민에게 삶의 기반이 되는 어족자원이나 식량까지 가로채거나 자연환경을 파괴하며 생산한 상품 소비를 거부하는 운동을 말한다. 이러한 상품을 생산하느라 소외된 노동자에게 보다 좋은 조건을 제공해주고 그들의 권리를 보장해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하자는 의미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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