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가 놀랐다… 청도 두달새 5만여명 북적북적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8일 03시 00분


■ 국내 첫 소싸움경기장 개장 2개월… 배당률 3100배 기록도

5일 오전 경북 청도소싸움경기장에서 관중이 싸움소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5, 6일 이곳에서 7300여 명이 우권을 구입해 베팅을 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5일 오전 경북 청도소싸움경기장에서 관중이 싸움소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5, 6일 이곳에서 7300여 명이 우권을 구입해 베팅을 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5일 오전 경북 청도군 화양읍 삼신리 상설소싸움경기장. 입구에 들어서자 “와∼!” 하는 함성이 들렸다. 좌석에 앉아 있던 수백 명의 관중은 일제히 일어서서 모래판 한가운데 맞붙은 싸움소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황금이’와 ‘효동이’가 한 치의 양보 없이 첫 경기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온통 ‘누가 이기느냐’란 결과만 나오길 기대하는 눈빛이었다. 1라운드 5분씩 진행되는 경기. 두 싸움소는 3라운드까지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뿔 치기, 뿔 걸이, 밀치기 기술이 나올 때마다 흥분한 관중의 박수가 터졌다. 이날 처음 구경 왔다는 김모 씨(52·자영업·경남 창원시 의창구)는 “1만 원을 걸었는데 경기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며 “소뿔이 맞부딪치는 걸 보니까 손에 땀이 절로 난다”고 했다.

장내 아나운서는 경기 흥을 돋웠다. “젊은 패기(황금이)와 관록(효동이)의 싸움”이라고 소개한 아나운서는 명장면이 나올 때마다 싸움소 이름을 외치며 관중의 응원을 유도했다.

모든 면에서 황금이가 앞선 상태였다. 나이(세 살)가 효동이(여덟 살)보다 다섯 살 어리고 몸무게(1016kg)도 86kg 더 나갔다. 황금이는 주특기인 밀치기로 경기 초반을 주도했다. 그러나 전국 우승 경험이 있는 효동이는 시계 방향으로 황금이 밀치기 공격을 수차례 흘려버리며 잘 응수했다. 경기는 예상을 뒤엎고 황금이가 꽁무니를 빼면서 효동이의 승리로 끝났다. 전광판에는 4라운드 17분 1초 ‘효동이 승’이란 경기 결과와 배당률이 나왔다. 승리한 소 또는 무승부를 맞히는 단승 1.2배, 승리 라운드까지 적중하는 시단승식 15.1배 숫자가 나오자 관중석에서는 함성과 탄식이 뒤섞였다.

○ 사행성 조장 우려도

국내에서 처음으로 건립된 청도소싸움경기장이 개장 2개월을 맞았다. 이곳은 개장 초기부터 관람객이 경마장 마권(馬券)처럼 우권(牛券)을 구입해 돈을 걸도록 해 관심을 모았다. 7일 청도공영사업공사에 따르면 6일까지 154경기가 열린 가운데 총 5만4550명이 7억7000여만 원어치 우권을 구입해 베팅했다. 개장 첫날(9월 3일)에는 무려 5만여 명이 입장했다. 요즘은 주말마다 열리는 10경기에 5000∼6000명이 관람하고 있다. 경기는 전국 대회 16강 이상 성적을 거둔 싸움소 200여 마리가 출전해 화려한 기술을 선보이면서 박진감이 넘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대구뿐만 아니라 부산 울산 창원에서 온 손님이 늘고 있다”고 했다.

사행성을 조장하는 요소는 경기장 곳곳에 있었다. 게시판에는 지금까지 최고 배당률 3105배를 소개하는 자료가 내걸려 있다. 전광판은 발매 마감시간을 시시각각 알리면서 우권 구입을 부추겼다. 경마처럼 우승소를 예상한 정보지(3개 회사)도 권당 4000원에 판매 중인데 찾는 손님이 제법 보였다. 부산에서 왔다는 박모 씨(56)는 “경마 경륜보다 배당률이 높은 편”이라고 했다.

○ 레저문화로 정착시켜야


청도공영사업공사는 사행성 우려를 일축했다. 전체 관람객의 30% 정도만 우권을 구입하고 베팅금액도 개인당 1만5000∼2만 원으로 많지 않다는 것. 대부분의 가족 단위 관람객은 소싸움 경기를 민속놀이처럼 구경하기 위해 찾고 있다는 설명이다. 공사 측은 경기장 주변에 공원을 조성하고 운문사와 와인터널, 청도팔경, 용암온천 같은 인근 관광코스와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경기장 주변에서 탈 수 있는 무료 자전거도 마련한다. 박종규 청도공영사업공사 사장(56)은 “사행산업 이미지를 벗기 위해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소싸움 경기를 가족과 즐길 수 있는 문화로 인식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도=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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