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발길질에 무너진 교권, 대체 언제까지… “내 담배 왜 빼앗나” 중학생이 교감 폭행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9일 03시 00분


1일 오전 8시 40분경 대구 A중학교 4층 복도에서 자율학습을 순찰하던 교감 B 씨와 권모 군(15)이 마주쳤다. 전날 무단조퇴를 한 데다 이날도 30분가량 지각한 권 군은 교복도 입지 않았다. 몸에 달라붙은 바지 탓에 주머니에 들어있는 담뱃갑이 또렷했다. 교감은 권 군의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압수한 뒤 교실로 보냈다. 그러자 권 군은 “×× 내 담배인데 왜 뺏고 지랄이냐”며 욕을 했다. 교감은 권 군을 불러 세워 타일렀다. 그러자 권 군은 “내 돈 주고 산 담배를 왜 빼앗아 가느냐”며 소리를 질렀다. 교감은 원하면 담뱃값을 돈으로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권 군은 막무가내였다. 보다 못한 교감이 손을 들어 때리는 시늉을 하자 권 군은 교감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다. 권 군은 취미로 권투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에 있던 교사와 학생들이 나서서 권 군을 말렸다. 그 사이를 뚫고 권 군은 또다시 교감에게 주먹을 날렸다. 교감은 막내아들보다 5세나 어린 권 군에게 맞고 쓰러졌다. 일어나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권 군을 진정시키기 위해 다가서자 이번에는 권 군이 배를 걷어찼다. 복도에 있던 화분도 교감을 향해 던졌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더 많은 교사와 학생들이 나서 겨우 권 군을 진정시켰다. 이 학교 관계자는 “이번 사건 이전에도 수업 도중 자신의 휴대전화를 보관하려는 여교사에게 욕을 하고 교실 유리창을 깨뜨린 적이 있었다”며 “기말고사 이후 권 군에 대해 10일간 출석정지의 징계를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 군은 현재 학교 상담실에서 따로 시험을 보면서 상담치료를 받고 있다.

교권이 학생의 발길질에 또 무너졌다. 지난달 19일 광주 한 중학교 여학생(14)이 수업태도를 꾸짖는 여교사(31)의 머리채를 붙잡고 끌고 가면서 욕설까지 한 사건이 일어난 지 한 달도 안 돼서다. 교사에 대한 폭력과 협박 사례는 2006년 7건에서 2010년 146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교육현장에서는 학생들에 대한 강력한 제재수단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이런 일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구지역 한 중학교 교감은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이다 보니 출석정지 10일이 가장 무거운 징계인 데다 전학도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도 이를 알고 교사들의 지시를 우습게 아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대구시교육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학생이 교원을 대상으로 일으키는 폭력행위에 대처하는 매뉴얼을 만들어 보급할 방침이다.

대구=노인호 기자 in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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