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면 11일 열리는 대구대 재단(영광학원) 첫 이사회에서 이사 7명은 ‘만장일치 이사장’을 선출해야 한다. 1994년 이후 17년 동안 이어진 임시이사 체제를 올해 7월 끝내고 처음 열리는 이사회가 고성과 손가락질로 난장판이 되어서는 안 된다. 표 대결에 따른 다수결 방식은 이 상황에서 민주적 결정일 수 없다. 학내 갈등만 불러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와 교육과학기술부가 이사를 어느 쪽도 과반수가 안 되는 종전 재단 추천 3명, 교내 정상화대책위원회 추천 2명, 교과부 추천 2명으로 구성한 것은 어정쩡한 배분이 아니라 ‘소통과 화합’을 하라는 약(藥)이다. 그런데 이사회를 앞두고 이사는 이사대로, 이들을 지지하는 쪽은 그들대로 쪼개져 “그쪽에서 이사장이 나와서는 절대 안 된다”는 험악한 분위기다. 각자 이사장 자리를 차지해 대학을 좌지우지하겠다는 것으로 비친다.
대구대의 건학 이념이 무엇인지 잠시라도 생각해 봤다면 지금 이사들의 태도가 얼마나 옹졸한지 드러난다. 대구대의 건학 이념은 ‘사랑, 빛, 자유’다. 지금 이사들이 서로 이사장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싸우는 모습에는 ‘미움, 어둠, 억압’만이 넘친다.
17년 임시재단 체제에서도 대구대는 분규 없이 꾸준히 성장했다. 학생 수는 1994년 7000여 명에서 지금은 2만여 명으로 늘었다. 학교 빚도 거의 없다. ‘학생이 행복한 대학’을 비전으로 존경 받고 경쟁력 있는 대학을 만들기 위해 교직원과 학생, 10만 동문도 뜻을 모으고 있다. 이런 마당에 새 이사진이 주도권 쟁탈전을 벌여 대학을 장악이라도 할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차라리 임시이사 때가 더 나았다는 조롱과 분노를 살 수 있다.
대학은 설립 주체와는 별개로 ‘사회의 재산’이다. 학생들이 사립대 재단을 보고 입학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런 점에서 대학 설립자 유족이 대학 소유권을 둘러싸고 원수처럼 싸우는 모습은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 이사진이 해야 할 일은 이사장 자리에 대한 탐욕이 아니라 대학을 안정적으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이다. 대학들이 마주한 환경이 만만찮은 현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이사들이 진정으로 재단 정상화와 대학 발전을 소망한다면 양보와 타협으로 축하 분위기 속에서 새 이사장을 선출할 수 있어야 한다. 4년 임기 이사장을 지방의회처럼 전반기 후반기로 나눠 2년씩 하는 방식으로 정관을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한마음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모두 스스로 퇴진하는 게 대구대에 대한 예의이고 도리이고 양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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