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회진 前교수 ‘치료비도 아껴… 전재산 110억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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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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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교 서울대에 기증 약속 2년만에 별세

2009년 11월 한 남성이 뇌출혈 후유증으로 뻣뻣해진 손으로 서울 관악구 대학동 서울대 총장 집무실 문을 두드렸다. 당시 이장무 총장이 문을 열자 해쓱한 얼굴의 남성은 마비 증세가 남아있는 입을 간신히 뗐다.

“운 좋게도 부모에게 많은 재산을 물려받았습니다. 이 재산을 허투루 써서는 안 된다는 신념으로 평생을 살았습니다. 내가 죽으면 전 재산을 모두 내놓고 싶습니다.”

이 남성은 서울대 기계설계학과 78학번인 유회진 전 동아대 산업공학과 교수(사진)였다. 그는 한 달 전 구강암 판정을 받고 학교를 찾는 길이었다. 유 교수는 ‘자신이 죽으면 건물, 대지 등 110억 원에 이르는 모든 재산을 모교 발전을 위해 내놓겠다’는 유산 기증 협약서에 사인을 하고 학교를 떠났다.

1997년 동아대 교수에 임용된 유 교수는 임용 4년 만인 2001년 뇌출혈로 쓰러졌다. 반신 마비에 시달리면서도 강단에 섰지만 2004년 병이 악화돼 교단을 떠났다. 2009년에는 구강암 판정까지 받았다. 죽음과 싸우던 그는 사후 서울대에 전 재산을 기부하기로 결정하고 서울대를 찾은 것이다.

그는 기부 협약 2년 만인 10일 52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죽기 직전 병원 치료 횟수를 줄이고 수술을 미루는 등 병원비까지 아껴 기부금에 한 푼이라도 더 보태려고 애썼다.

미혼에다 형제도 없어 유가족이 없는 유 교수를 위해 서울대는 빈소를 마련하고 장례 절차를 진행했다. 빈소는 분당서울대병원 장례식장 7호. 발인은 12일 오전 8시 30분. 031-787-1500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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