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하나고 경제동아리 ‘피니아’에 몸담고 있는 인문계열 2학년 김우현 군(17). 그는 동아리에서 경제 관련 활동만 하는 것이 아니다. 같은 동아리에 속한 자연계열 친구의 도움을 받아 경제와 관련된 수학이론 공부를 병행한다. 얼마 전 학교축제에선 수학이론인 ‘기하학적 확률’을 활용해 ‘기댓값’이란 경제용어를 설명하는 ‘원판 던지기’ 이벤트를 진행했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동아리 친구들과 신문 및 TV뉴스에 등장한 경제이슈를 두고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김 군은 “매주 한 번 저소득층 및 새터민 어린이들에게 경제학을 가르치는 봉사활동도 한다”면서 “공부하는 분야가 다양하고 활동범위가 매우 넓다는 게 경제동아리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최근 고교 현장에 ‘융합형’ 동아리가 뜬다. 대학들이 인문학적 소양과 자연과학적 지식을 넘나드는 ‘통섭형’ 인재를 요구함에 따라 인문계열과 자연계열의 특징을 결합한 성격의 동아리가 고교생들의 주목을 받는 것. 동아리에서 일어나는 융합은 비단 학문 간 결합에만 국한되지 않고 ‘이론과 체험’ ‘사회이슈 토론과 봉사활동’처럼 서로 다른 성격의 활동을 융합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요즘 ‘경제동아리’와 ‘환경동아리’ 열풍이 부는 것도 유사한 맥락. 경제 및 환경동아리는 수학, 생물·지구과학 같은 자연과학 분야의 탐구를 본질로 하면서도 동시대의 사회적 이슈와 뜨거운 접점을 갖는다는 점에서 고교생의 이목이 집중된다.
○‘인문학+자연과학’, 시너지를 일으키다
경제동아리의 장점은 자연과학과 인문·사회학 지식을 섭렵할 수 있다는 것. 이런 이유로 과거 일부 최상위권 인문계열 학생들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경제동아리에 최근 들어 자연계열 학생들도 활발히 가입하는 추세다.
경기 고양외고의 경제동아리 ‘아메바’ 소속이면서 고교연합 경제동아리인 ‘UHEC’의 회장으로 활동하는 2학년 홍성현 군(17)은 “연합동아리 활동 초기엔 자연계열 학생이 거의 없었지만 최근엔 15명 중 5, 6명이 자연계열일 정도로 수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학생의 만남은 경제동아리 활동에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 얼마 전 홍 군은 교내 경제동아리 활동의 일환으로 동아리 친구 3명과 함께 경제 관련 논문을 작성했다. 논문 주제는 ‘청소년과 앱스토어(애플의 스마트폰 온라인 마켓)’. 홍 군은 자연계열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프로그래밍 등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일종의 소프트웨어·앱)을 개발하는 방법을 배웠다. 이렇게 쌓은 정보기술(IT) 지식 덕분에 ‘직접 앱을 만드는 생산자로서 청소년이 활동하기엔 환경이 열약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홍 군은 “논문에 필요한 설문조사를 진행하기 위해 과학적 연구·실험방법을 배웠다”면서 “자연계열 친구들 덕분에 사회에서 일어나는 경제현상을 과학적인 지식을 적용해 해석하는 방법도 익혔다”고 말했다.
○‘경제학+봉사활동’, 동아리 활동에 깊이를 더하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쌓은 경제학 지식을 활용해 봉사활동을 하는 고교동아리도 적잖다. 경기 용인외고의 경제봉사동아리 ‘이콜리시’가 대표적. 이 동아리에선 매주 2회 학교 인근 보육원을 찾아 아이들에게 경제교육을 한다. ‘기름값이 오르면 나는 어떤 피해 혹은 이득을 보게 될까?’ 같은 주제로 토론을 진행하기도 하며, ‘용돈기입장 작성법’처럼 실용적인 경제 노하우를 전하기도 한다.
이 동아리 회장인 2학년 김민재 양(17)은 “얼마 전엔 블루마블 같은 보드게임을 통해 실제 투자를 하고 이익을 내는 방법에 대해 간접적인 경험을 하게끔 지도했다”면서 “경제지식을 활용해 봉사활동을 하면 보람뿐 아니라 경제학의 가치와 중요성도 체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봉사활동+체험활동’, 경쟁력 있는 진로를 개척하다
특히 환경동아리는 활동범위가 무궁무진하다. 생물, 지구과학 등 자연과학 지식을 토대로 환경오염 같은 사회이슈에 대해 토론하는 한편, 길거리에 나가 환경보호 캠페인과 쓰레기 줍기 등 봉사활동도 진행한다. 또 학교 근처 자연 속에서 동식물을 직접 관찰하는 체험활동도 한다.
간호사가 꿈인 경기 문산여고 2학년 정지원 양(17)은 생명공학에 관심이 생겨 올해 1월 교내 환경동아리인 ‘해바라기’에 가입했다. 생물과 환경에 대한 지식을 얻는 데 그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1년 동안 상상 이상의 다채로운 활동을 경험했다.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환경보호 홍보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한 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알게 되었고 배출된 이산화탄소가 자연에 미치는 피해도 공부하게 되었다. 매월 2, 3회 손수 제작한 홍보물을 들고 학교 근처 도로나 지역행사에 나가 환경보호 캠페인을 진행했다. 7월엔 선배들을 도와 환경에 대한 동아리 구성원들의 생각을 담은 신문인 ‘에코 그린뉴스’를 제작했다.
정 양은 “얼마 전 친환경 꽃을 직접 재배해 양로원 할아버지, 할머니께 전해 드리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의료서비스 분야에도 친환경적인 요소를 가미하면 어떨까’란 생각을 했다”면서 “환경동아리에서의 활동을 통해 ‘그린 호스피털 서비스 구축’이라는 나만의 경쟁력 있는 꿈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대세인 경제 및 환경동아리 활동, 무턱대고 열심히만 한다고 능사일까요? 이들 동아리 활동을 대입에 200% 활용하는 비결이 소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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