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시 북구 기북면 덕동마을 민속전시관에서 기록사랑마을 표지석 제막식이 열리고 있다. 포항시 제공
경북 포항시 북구 기북면 덕동마을은 36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조선 중종 때 대학자인 회재 이언적(1491∼1553)의 후손이 정착한 후 지금까지 이어오는 여강 이씨 집성촌이다. 덕동(德洞)이라는 이름은 덕 있는 인물이 많다는 뜻이다. 숙종 14년(1688년) 암벽에 세운 누각 용계정과 애은당고택, 사우정(관아), 덕계서당 등 마을 곳곳에 문화유적이 잘 보존돼 있다.
덕동마을의 역사와 전통이 지금까지 고스란히 계승된 비결은 ‘기록물’ 덕분이다. 마을에는 총 1150여 점의 다양한 기록물이 있는데 문중 사당 세덕사에는 1778년부터 전해오는 방명록과 당시 예조판서이자 화가로 추앙받던 강세황(1713∼1791)이 직접 쓴 현판 글씨도 있다. 또 경북도 문화재(제552호)로 지정된 고문서 67점이 보존돼 있어 주민들의 문화적 자부심도 높은 편이다. 덕동민속전시관에는 마을 역사를 보여주는 고문서 생활용구 농기구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이 마을은 최근 국가기록원의 ‘기록사랑마을’로 지정됐다. 덕동마을을 포함해 전국 4개 마을이 선정됐다. 국가기록원과 경북도, 포항시는 마을 입구에 기록마을 지정 표지석을 세웠다. 송귀근 국가기록원장은 “덕동마을의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것은 지금까지 잘 보전해 온 기록유산 덕분”이라며 “기록의 소중함을 생각하는 좋은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북은 역사 기록물의 보물 창고다. 국가기록원이 최근 ‘내고장 역사찾기’ 사업을 추진한 결과 경북은 14개 시군에서 1만8250점(전체 43%)의 기록물이 발굴됐다. 가장 오래된 기록물을 뽑는 1∼10위 중에도 8위(경기 안산), 9위(광주 남구)를 제외하고 모두 경북이 이름을 올렸다. 포항시가 발굴한 분재기(가족에게 나눠 줄 재산 기록물)는 1476년에 제작된 것이다. 경북에서 이처럼 많은 기록물이 나온 이유는 오랜 전통과 역사를 간직한 마을이 많고 민간에서도 기록을 소중하게 다루는 분위기 덕택으로 풀이된다.
이 사업은 마을에 흩어져 있는 기록물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진행됐다. 마을 단위 기록물이지만 지역 사정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면서도 보존가치가 높은 것이 많다. 정병윤 경북도 행정지원국장은 “기록유산은 옛 역사와 문화재 보존의 밑바탕이 되는 소중한 자산”이라며 “이름과 가치를 잃은 유물에 역사적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지역 기록물을 적극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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