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경북은 역사 기록물이 숨쉬는 보물창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5일 03시 00분


경북 포항시 북구 기북면 덕동마을 민속전시관에서 기록사랑마을 표지석 제막식이 열리고 있다. 포항시 제공
경북 포항시 북구 기북면 덕동마을 민속전시관에서 기록사랑마을 표지석 제막식이 열리고 있다. 포항시 제공
경북 포항시 북구 기북면 덕동마을은 36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조선 중종 때 대학자인 회재 이언적(1491∼1553)의 후손이 정착한 후 지금까지 이어오는 여강 이씨 집성촌이다. 덕동(德洞)이라는 이름은 덕 있는 인물이 많다는 뜻이다. 숙종 14년(1688년) 암벽에 세운 누각 용계정과 애은당고택, 사우정(관아), 덕계서당 등 마을 곳곳에 문화유적이 잘 보존돼 있다.

덕동마을의 역사와 전통이 지금까지 고스란히 계승된 비결은 ‘기록물’ 덕분이다. 마을에는 총 1150여 점의 다양한 기록물이 있는데 문중 사당 세덕사에는 1778년부터 전해오는 방명록과 당시 예조판서이자 화가로 추앙받던 강세황(1713∼1791)이 직접 쓴 현판 글씨도 있다. 또 경북도 문화재(제552호)로 지정된 고문서 67점이 보존돼 있어 주민들의 문화적 자부심도 높은 편이다. 덕동민속전시관에는 마을 역사를 보여주는 고문서 생활용구 농기구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이 마을은 최근 국가기록원의 ‘기록사랑마을’로 지정됐다. 덕동마을을 포함해 전국 4개 마을이 선정됐다. 국가기록원과 경북도, 포항시는 마을 입구에 기록마을 지정 표지석을 세웠다. 송귀근 국가기록원장은 “덕동마을의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것은 지금까지 잘 보전해 온 기록유산 덕분”이라며 “기록의 소중함을 생각하는 좋은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북은 역사 기록물의 보물 창고다. 국가기록원이 최근 ‘내고장 역사찾기’ 사업을 추진한 결과 경북은 14개 시군에서 1만8250점(전체 43%)의 기록물이 발굴됐다. 가장 오래된 기록물을 뽑는 1∼10위 중에도 8위(경기 안산), 9위(광주 남구)를 제외하고 모두 경북이 이름을 올렸다. 포항시가 발굴한 분재기(가족에게 나눠 줄 재산 기록물)는 1476년에 제작된 것이다. 경북에서 이처럼 많은 기록물이 나온 이유는 오랜 전통과 역사를 간직한 마을이 많고 민간에서도 기록을 소중하게 다루는 분위기 덕택으로 풀이된다.

이 사업은 마을에 흩어져 있는 기록물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진행됐다. 마을 단위 기록물이지만 지역 사정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면서도 보존가치가 높은 것이 많다. 정병윤 경북도 행정지원국장은 “기록유산은 옛 역사와 문화재 보존의 밑바탕이 되는 소중한 자산”이라며 “이름과 가치를 잃은 유물에 역사적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지역 기록물을 적극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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