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박원순 싱크탱크 ‘희망서울정책자문위원회’ 공식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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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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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 60%가 40대… ‘젊은 서울’ 그린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철학과 비전을 시정 운영에 반영하도록 자문할 ‘희망서울정책자문위원회(자문위)’가 14일 공식 출범했다. 서울시의 내년 예산 편성 작업에 참여했던 민간자문단과 다른 별도의 조직이다. 내년 1월까지 활동하면서 박 시장이 추진해야 할 중장기 정책을 자문한다. 이날 박 시장은 위촉식에서 “1000만 시민을 대표해 서울시정의 밑그림을 그려 달라”고 주문했다. 자문위원장을 맡은 김수현 세종대 교수는 이날 “공약과 시민의 요구를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 설정이 우리의 역할”이라며 활동 폭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박 시장이 자문위원들을 ‘우리나라 최고의 정책전문가’로 일컬으며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는 만큼 활동 시한 이후에도 서울시정의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합리성과 상식에 기반”

시는 평소 박 시장이 강조해온 ‘합리성과 상식’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자문위를 구성했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 캠프에서 정책자문단 본부장으로 활동한 김 위원장을 비롯해 캠프 정책자문단에 속했던 오충현 동국대 교수, 서채란 민변 변호사, 허선 순천향대 교수 등이 대거 포함돼 사실상 자문위원 대부분이 박 시장 사람이다. 이와 함께 박 시장이 시민단체 시절부터 조언을 구해온 인사들도 있다.

이미 내년도 시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예산자문단이 형식적으로는 예산의 방향을 듣고 조언하는 역할을 한다고 했지만 당시 19명의 예산자문단이 예산안을 두고 합의에 실패해 시 공무원들이 1년 중 가장 중요한 예산 편성 작업을 다시 하기도 했다. ‘박원순의 사람들’의 영향력이 향후 시정 전반에 미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나이 밝히기를 꺼린 5명을 제외한 위원 49명의 연령은 30대 2명, 40대 30명, 50대 17명이다. 정부기관의 위원회치고는 상당히 젊은 편에 속한다. 최연소는 37세의 최희천 서울시립대 외래교수이고 최고령은 문화분과위원회 박인배 위원장(58)이 차지했다.

○ 좌편향 인사 다수 포함

시는 정책전문가 33명과 시민단체 대표 14명, 시정개발연구위원 7명으로 54명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 그룹에 포함된 5, 6명은 외형적 직함보다는 시민단체 활동 비중이 크기 때문에 자문위의 3분의 1 이상이 시민단체 출신인 셈이다.

대표적 좌파 인사로는 총괄 분과 위원으로 위촉된 배옥병 친환경무상급식추진운동본부 상임대표와 안전·교통 분과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를 꼽을 수 있다. 배 대표는 민주당과 함께 친환경 무상급식을 이끌어 왔다. 시의회와 각 구의회가 친환경 무상급식조례안을 만드는 데도 핵심적 역할을 했다. 배 대표는 지난해 선거운동 당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박 교수는 4대강 공사 반대 여론 조성을 주도하고 있으며 4대강 사업 재검증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경남도 낙동강사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오세훈 전 시장의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전면 반대해 온 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과 이수빈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 사무총장도 좌파 인사로 꼽힌다.

캠프에서 선거를 도왔던 인사 중 자문위에 포함되지 않은 이들은 올해 말과 내년 초 이어질 시와 산하기관 인사에서 박 시장을 보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박 시장의 주력인 복지사업을 일선에서 추진할 서울시복지재단 대표이사 자리와 시민소통기획관 등의 핵심 자리를 채울 것으로 보인다. 캠프에서 활동했던 ‘박원순 사람들’은 그 외에도 시장이 임명할 수 있는 서울시와 산하기관의 ‘주력부대’로 전면에 나서기 위해 이번 자문위에는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 ‘협치’냐 ‘간섭’이냐

자문위가 사실상 시정 계획을 수립하는 핵심 싱크탱크 역할을 하게 되면서 시 공무원들은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박 시장이 공약사항으로 협치(協治) 모델을 도입하기 위해 운영하기로 한 ‘공동정부운영협의회’에도 자문위가 참여하게 돼 사실상 사업 계획 수립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이번 위원회와 별도로 내년 예산을 편성하기 위해 17명의 자문단을 한시적으로 운영했던 것도 시 공무원에겐 부담이다. 시 관계자는 “인수위원회가 없다 보니 발생하는 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예산편성, 중장기 과제 수립 등 중요한 시점마다 위원회가 등장하면 시정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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