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 7개면 못터는 집 없더라?… 빈집 101곳 턴 절도범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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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5일 03시 00분


“자물쇠 비슷해 대부분 열려”

김모 씨가 빈집에 침입할 때 사용했던 열쇠 꾸러미. 아래쪽에 있는 납작한 직사각형 모양의 열쇠 7개가 범행에 사용된 것이다. 동대문경찰서 제공
김모 씨가 빈집에 침입할 때 사용했던 열쇠 꾸러미. 아래쪽에 있는 납작한 직사각형 모양의 열쇠 7개가 범행에 사용된 것이다. 동대문경찰서 제공
‘열쇠 7개만 있으면 100곳의 집을 털 수 있다?’

실제로 열쇠 7개로 2년간 빈집 101곳을 털어 억대 금품을 훔친 절도범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2009년 9월부터 이달 3일까지 수도권의 101가구에 침입해 2억40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절도)로 김모 씨(45)를 구속했다고 14일 밝혔다.

김 씨의 진술에 따르면 그는 첫 범행 당시 가지고 있던 열쇠를 빈집 열쇠 구멍에 넣고 몇 번 돌려보니 문이 열렸다. 이런 방식으로 침입해 금품을 훔친 뒤 집 안에 있던 다른 열쇠도 갖고 나와 비슷한 모양의 열쇠 7개를 모았다. 이후 초인종을 눌러 인기척이 없으면 빈집임을 확신하고 열쇠 7개를 돌려가며 열쇠 구멍에 꽂아 90% 이상 성공했다. 14일 경찰이 언론 브리핑 자리에서 김 씨의 열쇠 7개로 견본 잠금장치 2개를 열어본 결과 모두 열렸다.

전문가들은 김 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마다 열쇠 구멍 높이를 조금씩 다르게 하는 방법으로 잠금 장치를 대량생산하기 때문에 똑같거나 비슷한 크기의 열쇠 구멍을 가진 잠금 장치가 나올 수 있다는 것.

열쇠 업체를 운영하는 김모 씨(33)는 “긴 직사각형 열쇠가 들어가는 잠금 장치를 만드는 시스템은 국내에 100개 정도 되는데, 반복해서 만들다 보면 똑같은 패턴이 나온다”며 “이 구멍에 맞을 법한 열쇠를 몇 개만 가지고 있으면 문을 여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모양의 잠금 장치는 도난에 취약해 손님에게 잘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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