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길남 박사 “유엔, 北에 특사 보내면 죽어도 여한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5일 03시 00분


“통영의 딸 구명 호소” 미국땅 밟은 남편 오길남 박사 인터뷰

“유엔이 아내와 딸들의 생사 확인을 위해 북한에 특사를 파견해준다면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어요. ‘통영의 딸’ 구명운동에 국제사회가 관심을 가져주는 게 나의 최종 목표이자 희망이지요….”

13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근교에서 만난 ‘통영의 딸’ 신숙자 씨(69)의 남편 오길남 박사(69·사진)는 말할 때마다 감정에 복받치는 듯 제대로 말끝을 맺지 못했다.

오 박사는 아내 신 씨와 두 딸 혜원(35), 규원 씨(33)의 구명을 호소하기 위해 생전 처음 미국 땅을 밟았다. 호텔에 여장을 풀고 1시간 정도 눈을 붙인 후 기자와 만난 오 박사는 지난달 말 독일에 이어 계속되는 해외 방문 강행군이었지만 피곤한 기색은 없었다.

“해외에서 관심을 가져준 것만도 이렇게 고마운데 피곤할 틈이 어디 있겠습니까. 지금까지 국내에서 ‘통영의 딸’ 구출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져 기쁘면서도 가슴 한편으로는 무거웠습니다. 북한 정치범수용소에 있는 아내와 딸들을 구해내려면 국제적인 차원에서 북한에 압력을 넣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그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나라라는 미국에 일흔 살이 다 돼서야 오게 됐다”며 “너무 늦게 미국을 알게 돼 후회가 크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ICNK) 관계자들과 함께 13∼19일 미국에 머무르는 그는 워싱턴과 뉴욕을 돌며 북한인권의원연맹(IPCNKR) 총회 증언, 유엔본부 및 미 국무부 인권담당자 면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등 국제인권단체 방문에 나설 계획이다.

지금까지 국제사회에서 신 씨 모녀의 사연은 오 박사 부부가 젊은 시절 살았던 독일을 제외하고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국제사회의 관심을 넓히는 데 미국이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국내에서 진행되는 ‘구출 통영의 딸’ 100만 인 엽서 서명운동 현황과 북한 정치범수용소 실태 보고서를 유엔과 미 정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온오프라인 서명운동에 16만 명이 참여했다.

오 박사는 ‘통영의 딸’ 구명운동을 시작한 후 가장 기뻤던 경험으로 “지난달 독일 방문 때 마르쿠스 뢰닝 외교부 인권정책 담당관으로부터 북한에 가서 신 씨 생사에 대해 알아보겠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를 꼽았다. 그는 “탈북자들을 통해 이런저런 루트로 아내와 딸의 생사 소식을 듣지만 몇 단계를 거친 것들이라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며 “직접 북한에 가서 확인해 보겠다는 국제기구나 인권단체 관계자들이 나서 주기만을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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