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년만에 유족 품에 안긴 강 일병과 김 일병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8일 03시 00분


6·25 전사 강태조-김영석씨 DNA-인식표로 신원 확인

“38선 넘어 백두산 상봉에 태극기 날리며 죽어서 뼛골이나 돌아오리다. 아내여! 굳세게 새 세상 사시오. 우리 다시 만날 백 년의 언약….”

아버지가 60여 년 만에 백골로 돌아온다는 소식을 들은 딸의 머리엔 이 노래가 스쳐지나갔다. 어머니가 자신에게 들려준, 아버지가 입대하며 불렀다는 노래였다.

6·25전쟁 당시 전사한 국군 2명의 유해가 61년 만에 자녀의 품에 안겼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강원 인제군과 양구군에서 발굴한 유해의 신원을 최근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들은 육군 7사단 8연대 소속 강태조, 김영석 일병이었다.

1929년생인 강태조 일병은 1951년 4월 중공군과 맞선 인제 한석산 전투에서 숨졌다. 2009년 5월 유해가 수습됐지만 신원 확인에 필요한 단서가 없었다. 딸 강춘자 씨(63)가 지난해 6월 감식단에 유전자를 제공하면서 신원이 확인됐다. 감식단은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국군 전사자 유해 6000여 구와 강 씨의 유전자(DNA)를 일일이 비교해 신원을 확인했다.

강 씨는 “아버지는 1948년 입대한 뒤 이듬해 8월 휴가를 받아 100일을 갓 넘긴 저를 안아보고 이후 소식이 끊겼다”며 “막연히 6월 25일에 제사를 지냈다. 이제 정확한 기일에 제사를 지낼 수 있다”고 말했다.

1927년생인 김영석 일병은 올해 6월 인식표와 함께 유해가 발굴됐다. 인식표에 새겨진 이름과 군번을 단서로 아들 김인태 씨(63)를 찾았다. 김 일병은 1951년 9월 양구 백석산 전투에서 숨졌다. 김 씨는 “어릴 때는 군복 입은 아버지 사진을 품속에 넣고 다녔는데 오래전에 그마저 잃어버려 지금은 얼굴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사자 유해는 다음 달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다. 2000년 전사자 유해발굴사업이 시작된 뒤 6000여 구의 유해가 발굴됐으나 신원이 확인된 유해는 68구에 불과하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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