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황금돼지띠 우리아이, 스마트러닝은 필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2일 03시 00분


황금돼지띠 교육환경 미리보기

올해 5세인 황금돼지띠 아이들은 스마트러닝, 융합교육 등 새로운 교육환경에 놓인다. 동아일보DB
올해 5세인 황금돼지띠 아이들은 스마트러닝, 융합교육 등 새로운 교육환경에 놓인다. 동아일보DB
《재물운을 타고난다는 속설에 출산열풍이 불었던 2007년 황금돼지해. 당시 태어난 자녀가 5세가 됐다. 당장 유치원에 들어가는 일부터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유치원 경쟁은 ‘시작’에 불과하다. 황금돼지띠 아이들은 지금과는 엄청나게 다른 교육·입시 환경에 놓이게 될 것이다.》

2020년 어느 날 아침. 중학 1학년 A 양(13)은 등교 중이다. 지하철 의자에 앉아 태블릿PC를 꺼냈다. 어제 배운 내용을 복습하기 위해서다. 애플리케이션을 실행시켰다. 저장된 필기내용과 선생님이 나오는 요약 강의를 본다. 그때 ‘딩동∼’. 알림 메시지 한 개가 떴다. ‘오늘은 호주 반 친구인 앤드루의 생일입니다.’ A 양은 바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반 친구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얘들아, 오늘 앤드루 생일이래!’

학교 화상영어시간이다. 등굣길에 보낸 메시지를 받은 한국 친구들이 조촐하게 앤드루의 생일파티를 준비했다. 앤드루는 A 양이 다니는 학교와 결연을 한 호주의 중학교에 다니는 친구. A 양은 화상으로 친구들과 함께 앤드루에게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줬다.

수업이 이어졌다. 어제의 과제를 발표한 뒤 그 내용을 개인 콘텐츠 보관함에 저장했다. 이런 자료는 쌓이고 쌓여 자동으로 포트폴리오가 된다.

집에 도착해 태블릿PC의 전원을 켰다. 앤드루가 화상채팅을 신청했다. ‘깜짝 생일파티를 열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왔다. 채팅을 마친 후 수업자료를 애플리케이션에서 내려받아 예습과 복습을 했다. 숙제는 교과서 이외의 참고자료를 검색해 최근 신문기사를 바탕으로 작성했다. 숙제가 끝나면 바로 선생님에게 제출한다. 선생님도 학생들이 보낸 과제를 검토하고 실시간으로 평가한다. 개별적으로 답변을 달아준다. 학생들은 선생님과 실시간으로, 또 일대일로 대화하며 피드백을 받는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2014년부터 디지털 교과서 개발에 나선다는 방침을 밝힘에 따라 황금돼지띠 아이들은 이런 교육환경에서 공부할 가능성이 높다. 2015년부터는 초중고교에서 디지털 교과서를 바탕으로 한 ‘스마트러닝’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 2020년에 중학생이 되는 황금돼지띠 자녀들은 자연스럽게 디지털 교육환경과 만나게 된다.

스마트러닝이 보편화되면 학부모는 무엇을 유념해야 할까?

정광훈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디지털교과서팀장은 “교과서뿐만 아니라 많은 정보가 디지털화하기 때문에 디지털매체로 정보를 얻고 활용하는 학습방법이 일반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디지털매체를 이용하는 학생들은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단편적인 정보에 기대기 쉬우므로 고차원적 사고능력을 키울 콘텐츠를 부모가 선별해 자녀에게 제시할 수 있느냐가 더욱 중요해진다.

황금돼지띠 자녀의 대학 합격을 결정짓는 열쇠는 ‘수행평가’와 ‘관찰평가’다. 앞으로는 ‘결과’로만 평가받지 않고 ‘과정’ 중심 평가방식의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는 평가내용·기준·시기 등을 예고하는 수행평가가 도입되는 한편 쓰기, 토론·발표, 관찰·실험 등 교과별 특성에 맞는 학생들의 활동을 교사가 수업시간에 직접 관찰해 평가하게 된다. 또 서술형 평가가 일반화되어 암기 위주의 평가에서 벗어나 문제해결력, 비판력, 분석력에 대한 평가가 이뤄진다.

최근 서울대는 “내년부터 신입생의 80%를 입학사정관전형으로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향후 대입제도의 변화를 예상해볼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가급적 이른 시기에 자신의 진로를 정하고 이를 위해 주도면밀하게 준비하는 ‘과정’을 쌓아나가는 것이 대입에서 결정적인 평가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은희 교과부 창의인성교육과장은 “입학사정관전형은 계속적으로 추진될 것”이라면서 “앞으로는 자녀가 하나의 구체적인 진로를 정한 뒤 그 분야에 흥미와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교육방법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창의적 인재를 기르기 위한 ‘융합인재교육’도 향후 구체적인 교육환경으로 실현될 공산이 크다. 융합인재교육이란 과학, 기술, 공학, 예술, 수학 분야를 넘나드는 일종의 통섭적 교육.

다음은 융합인재교육이 미래에 적용됐을 때 황금돼지띠 아이들이 접하게 될 학교 현장의 모습이다.

3교시는 체육·수학·물리가 융합된 수업의 수행평가 시간이다. B 군(16)은 체육복을 입고 운동장으로 나갔다. 손에는 공책과 펜이 들려 있었다. 평가 주제는 ‘씨름에서 이기는 방법 찾기’.

먼저 친구들과 씨름경기를 벌였다. 온 힘을 다해 상대방을 밀었는데 B 군은 경기에서 졌다. 씨름은 무작정 힘으로만 밀어붙여 이기는 경기가 아님을 깨달았다. 선생님은 상대의 무게중심을 무너뜨려야 씨름에서 이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B 군은 공책과 펜을 꺼내 수학 공식을 활용해 무게중심을 구하는 방법을 계산했다. 무게중심에서 힘을 줘야 하는 방향을 알기 위해 물리공식을 이용했다.

다시 씨름을 했다. 씨름에서 이긴 뒤 B 군은 환하게 웃었다. 운동장엔 체육·수학·물리 선생님이 함께 계셨다. 선생님은 각 전공분야에 맞춰 학생을 1차 평가한다. 그 후 학생들이 각각의 지식을 얼마나 연계해 씨름에서 이기는 방법을 찾았는지, 실제 그 방법을 이용해 경기에서 결과물을 얻었는지에 대한 평가 내용을 논의했다.

수업이 끝난 후 B 군은 동아리 활동을 하러 갔다. 활동 주제는 로봇 만들기. B 군은 인문계 학생이지만 로봇에 관심이 많다. 이번 주 활동은 로봇이 인간의 심리와 언어를 표현하게 하는 것이다. 자연계 학생들과 서로 조언을 나누며 실험을 진행했다. ‘나는 토토입니다.’ 로봇이 찡긋 웃으며 소리를 냈다. ‘성공이다!’

B 군은 동아리 활동을 통해 진로를 결정했다. 심리학과에 진학해 인간의 뇌와 기계, 심리를 합친 학문인 인지심리학을 연구하고 싶다.

오승주 기자 canta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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