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soda, Let’s march” (탄산음료는 안 돼요, 신나게 놀아요)
건강송에 맞춰 율동
1일 미국 버지니아 주 알렉산드리아 시 헤드스타트센터에서 어린이들이 간식을 먹고 있다. 이 센터 관계자는 “저소득층 어린이를 위한 국가 시설이지만 탄산음료는 일절 제공하지 않는 등 ‘비만 퇴치’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암웨이 제공
“오렌지는 껍질 까서 맛있게 냠냠, 호박은 냄비에 넣고 휘휘 저어 먹어야지. 탄산음료는 안 돼요. 놀이터에서 신나게 노는 건 필수!”
1일 오후(현지 시간) 미국 버지니아 주 알렉산드리아 시 TC윌리엄스 고등학교 내 헤드스타트센터에서는 이런 내용의 흥겨운 음악 소리가 퍼지고 있었다. 취학 전 저소득층 어린이를 돌보는 이 센터에서는 다섯 살도 되지 않은 어린이 10여 명이 사회복지사들과 함께 점심식사 후 춤추기 시간을 갖고 있었다.
어린이들이 춤추며 듣고 있는 음악은 ‘건강 노래(Healthy Song)’.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고 패스트푸드 섭취를 줄이자는 내용의 노래를 저소득층 어린이에게 매일 반복해 들려주는 것이다. 센터 소장인 크리스털 브라운 씨는 “미국 전역의 헤드스타트센터 과정에 이 노래를 들으며 춤추고 운동하는 시간이 있다”며 “저소득층 아이들에 대한 복지는 단순히 돌보고 음식을 주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나중에 무엇을 먹어야 좋은지까지 가르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15세 이상 미국인의 비만율은 2008년 이미 34.3%에 이르렀다. ‘세계 최대 비만국’이라는 오명 외에 저소득층의 비만율이 40%를 넘어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됐다. 전통적인 의미의 사회복지기관이 ‘비만방지 교육’에 나서는 것도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미국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가 직접 훌라후프를 돌리며 비만을 퇴치하자는 ‘레츠 무브(Let's Move) 캠페인’을 벌이면서 미국의 아동비만 방지 움직임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미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탄산음료와 패스트푸드를 거부하고 신선한 채소를 먹자는 캠페인에 참여하는 18세 미만 저소득층 학생은 미 전역에서 90만 명에 이른다.
서울 각지 사회복지관에서 파견된 사회복지사 14명은 지난달 26일부터 3일까지 한국암웨이 후원으로 이 같은 운동을 펼치는 미국 사회복지기관을 방문했다. 사회복지사들은 “빈곤퇴치뿐 아니라 영양 관리까지 함께 챙기는 미국식 복지정책이 인상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처럼 사회복지에 비만방지 활동을 더하는 움직임은 대표적인 구빈(救貧) 기관인 푸드뱅크까지 확산됐다. 수도인 워싱턴 인근 저소득층에 음식을 나눠주는 ‘수도 인근 푸드뱅크’ 마케팅 담당자인 페이지 크로스랜드 씨는 “워싱턴 인근 지역에서만 18세 미만 청소년 절반이 결식아동”이라며 “여기에다 치솟는 비만율을 잡기 위해 바른 먹거리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저소득층 청소년들이 주말에 집에서 먹을 음식을 싸주는 ‘주말 가방’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2010년 5만1815개가 나간 이 가방에는 푸른 콩과 건포도, 콘플레이크 등 미 농무부가 권장하는 음식만 담긴다. 푸드뱅크 측은 “학교에서 바른 먹거리를 먹다가 주말 집에서 다시 패스트푸드를 먹기 때문에 이 캠페인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아직 저소득층 어린이를 위한 비만방지 캠페인이 일반화되지 못했다. 한국암웨이가 전국 16개 학교와 32개 복지관을 통해 저소득층 어린이 3만 명을 대상으로 한 바른 식단을 소개하는 건강지킴이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움직임은 아직 미미하다. 대청종합사회복지관 신건철 과장은 “한국에서도 저소득층 비만율이 높아지는 만큼 이 같은 취지의 제도가 도입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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