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가 날아올랐다… ‘친구’따라 우리도 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3일 03시 00분


히말라야 패러글라이딩 횡단 원정대 6信

히말라야 패러글라이딩 횡단 원정대 박정헌 대장이 네팔 서부 실가디 마을에서 비행하고 있다. 독수리가 함께 날고 있다. 독수리는 패러글라이더의 친구다. 날갯짓을 적게 하고 기류를 이용해 상승하는 독수리의 비행원리는 패러글라이딩의 비행 원리와 비슷하다. 실가디=이훈구 기자 ufo@donga.com
히말라야 패러글라이딩 횡단 원정대 박정헌 대장이 네팔 서부 실가디 마을에서 비행하고 있다. 독수리가 함께 날고 있다. 독수리는 패러글라이더의 친구다. 날갯짓을 적게 하고 기류를 이용해 상승하는 독수리의 비행원리는 패러글라이딩의 비행 원리와 비슷하다. 실가디=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고독한 불시착이었다. 그리고 악당과 천사를 동시에 만났다.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패러글라이딩 횡단 비행(원정대장 박정헌)을 하고 있는 홍필표 대원은 최근 해발 3000m 지점의 인도 산간마을에 불시착했다. 그가 지닌 기본 장비는 30kg에 달한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패러글라이딩에 달고 광각렌즈가 달린 카메라를 헬멧과 몸에 부착했다. 무전기와 휴대전화 외에 위성전화도 지녔다. 무전기는 같이 하늘을 날고 있는 대원들 간의 교신에 쓴다. 위성전화는 휴대전화가 통하지 않는 산간 지역에 내릴 경우에 대비한 비상용이다. 이들을 충전하기 위한 태양열 충전기도 지녔다. 침낭과 비상식량도 챙겼다. 쌀과 고열량 죽, 물만 부으면 부풀어 오르며 조리가 되는 비상용 밥과 식수를 담았다. 현지 화폐도 있다.

기류가 잦아들면서 비행이 불가능해지자 홍 대원은 이름 모를 산간 지역에 불시착을 감행했다. 착륙할 때의 하강 속도는 시속 20∼30km에 이른다. 지상에 있는 장애물을 사전에 충분히 파악하지 못할 경우 충돌사고가 일어난다. 실제로 이번 비행 중 홍 대원 외에도 함영민 대원과 박정헌 대장이 착륙할 때 나무와 돌담 등에 부딪혀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마침 길가에 내린 그에게 오토바이를 탄 청년이 다가왔다. 그는 홍 대원이 짐을 챙기는 것을 약간 돕더니 갑자기 돈을 달라고 했다. 현지에서는 꽤 큰 금액인 2200루피(약 4만7000원)를 주었다. 홍 대원이 다시 이륙하려 하자 이 청년은 다가와 카메라를 빼앗으려 했다. 실랑이가 벌어졌다. 청년은 뜻대로 물건을 빼앗지 못하자 홍 대원의 모자만 갖고 가버렸다. 재차 이륙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홍 대원은 홀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 그는 이튿날 무거운 짐을 지고 6시간 산길을 걸어 헤맨 끝에 마을에 도착했다. 거기서 다시 8시간 버스를 타고 다른 대원들과의 합류 지점에 도착했다.

17일 밤 홍 대원은 다시 네팔의 산중에 불시착했다. 이번에는 내릴 때 발뒤꿈치를 다쳤다. 기진맥진한 홍 대원은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이때 어디선가 나타난 산동네 어린이 4명이 그의 짐을 들어 주었다. 이 중 한 어린이가 자신의 집으로 홍 대원을 데려갔다. 가난한 그 집에서 하룻밤을 묵은 홍 대원은 다음 날 사례를 하고자 했으나 가족들은 한사코 이를 거절했다.

같은 날 밤. 함 대원도 산속에 불시착했다. 지친 함 대원은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왔다는 사업가를 만났고 그는 자신의 일정을 중단한 채 함 대원을 데리고 인근 마을로 데려가 숙소를 잡아 주고 식사를 대접했다. 함 대원은 “그의 호의를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네팔의 관광 거점인 포카라에 머물고 있는 대원들은 장비 점검을 마친 뒤 다시 산맥을 따라 비행에 나설 예정이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가 있는 쿰부히말라야 지역을 향해 간다.

히말라야 산중에서 만난 소년들. 헬멧을 써보며 웃는 모습이 천진난만하다.
히말라야 산중에서 만난 소년들. 헬멧을 써보며 웃는 모습이 천진난만하다.
네팔에는 최근 연이어 지진이 일어나고 짙은 안개가 끼었지만 날이 개고 있다. 대원들은 매일 오전 독수리가 많이 날아 오르는 때를 기다려 비행을 시작하곤 한다. 독수리는 패러글라이더들의 친구다. 날아 오를 때 날갯짓을 적게 하는 독수리는 상승기류를 이용해 하늘로 떠오른다. 이는 패러글라이딩의 원리와 비슷하다. 같은 기류를 이용하기 때문에 패러글라이더와 독수리가 동반 비행을 하는 경우도 많다. 하늘의 왕자 독수리들이여, 어서 날아 오르기를. 대원들은 독수리의 힘찬 비상을 기다리고 있다.

포카라=이훈구 기자 uf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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