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2학년 김혜나 양(가명)은 지난달 1일 이화여대 수시모집에 나온 인문계열 논술 문제를 풀어보고 깜짝 놀랐다. 미국 사회학 학회지에 실린 영어논문 등 제시문 6개를 읽고 표준시간대 설정이 필요한 이유와 시간과 삶의 방식에 대한 견해를 쓰라는 내용이었다. 김 양은 “지문 해석이 오래 걸리고 문제가 까다로웠다. 수능 준비도 벅차지만 논술을 같이 대비하지 않으면 수시에 합격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수시 논술은 지난해보다 더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된다. 수험생이 평소 접하지 않은 논문과 학술지의 내용이나 영어 제시문이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예비 고3 수험생은 이제 1년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논술 출제경향을 미리 파악하고 일찍 준비하면 입시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 대학별 논술 유형 파악
논술 대비의 시작은 대학별 출제 유형을 파악하는 일이다. 대부분의 대학이 논술 기출 문제와 예시 유형을 공개한다. 입학 관련 홈페이지에 가서 살펴보는 게 좋다. 인문사회계열의 논술은 대개 제시문을 1개 이상 주고 요약·비교한 뒤에 논제에 따른 의견을 제시하라는 형태다. 고려대 언어 논술형 문제는 문학작품이 자주 나온다. 제시문을 요약·비교하고 이에 근거해 다른 제시문에서 언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견해를 묻는다.
경희대 서울시립대 숭실대 이화여대 한국외국어대는 영어지문이 나온다. 특히 한국외국어대는 영어 제시문이 2개 나오는 게 특징이다. 내용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경희대는 고교 교과 내용이나 신문기사, 교양서적에서 발췌한 내용을 출제하는데 이때 영어 제시문을 함께 출제한다. 서울시립대는 영어 제시문을 포함해 5개가 나온다.
인문계열이라도 일부 대학에서는 수리적 사고력을 요하는 문제를 낸다. 고려대는 수리 논술형으로 주로 계산문제인데 답안 분량에 제한은 없다. 중앙대는 언어와 수리가 결합된 통합 논술형태로 3문제를 출제한다. 한양대는 상경계열에서 경제·경영과 연관된 주제로 수리적 사고력을 평가하는 문제가 많다. 올해 인문계열 논술에서는 시험 시간을 줄인 대학이 많다. 고려대는 180분에서 120분, 서강대 경희대도 150분에서 120분으로 바꿨다. 그러나 작성할 답안 분량은 크게 줄지 않아서 짧은 시간에 길게 쓰는 연습을 해야 한다.
○ 겨울방학 동안 논술 ‘감 잡기’
겨울방학을 이용해 대입 논술의 ‘감’을 잡아야 한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대부분 고2 학생은 논술에 대한 기초가 부족하다. 당장 학원을 찾기보다는 EBS에 올라온 다양한 논술 강의를 들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BS 홈페이지(ebsi.co.kr)에는 논술 지문을 분석하는 방법을 다룬 기초적인 강의부터 기출 논제를 분석하고 실제 논술문을 써보는 심화 강의까지 200여 개의 강의가 올라와 있다. 글을 제출하면 첨삭도 받을 수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간하는 논술교육 교재도 이용할 만하다. 대교협 대학입학상담센터 홈페이지(univ.kcue.or.kr) 자료실은 많은 논술교육 자료를 확보해놓았다. 대학의 기출문제와 상세한 지문 분석이 나와 있으므로 대입 논술이 어떤 식으로 출제되는지 미리 파악해보기에 좋다.
많은 대학이 교과서를 바탕으로 논술 제시문을 출제한다. 고려대는 전통적으로 시가 문학을, 동국대 이화여대 건국대 숙명여대는 국어 교과서에 나온 문학작품을 출제한 바 있다. 교과서에 나오는 논설문 등 비문학 작품과 주요 고전은 수능과 논술을 동시에 잡기 위해서 반드시 익혀야 한다.
사회분야 교과서도 논술 대비를 위해 중요한 교재가 된다. 특히 사회문화, 윤리, 경제, 정치, 법과 사회에 나오는 주요 개념은 최근의 사회현상과 연관지어 자주 출제된다. 자신이 수능에서 선택하지 않은 과목이라도 논술을 앞두고 살펴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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