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경상관찰사 납시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3일 03시 00분


대구시 경상감영공원서 20일 전통행렬 재현 행사
市 “시민-관광객 같이 즐기는 프로그램 내년 마련”

20일 오후 대구 중구 경상감영공원 주변 도심에서 경상도 관찰사가 대구를 순찰하는 퍼레이드가 열리고 있다. 대구시 제공
20일 오후 대구 중구 경상감영공원 주변 도심에서 경상도 관찰사가 대구를 순찰하는 퍼레이드가 열리고 있다. 대구시 제공
“대구의 역사와 전통을 잘 보여주는 멋진 모습이에요. 시내에서 자주 봤으면 좋겠네요.” 20일 오후 대구 중구 시청 사거리. 경상도 관찰사가 대구(달구벌)를 순찰하는 행렬을 본 박수현 씨(52·수성구 만촌동)는 “대구에 경상감영(경상도 관찰사가 근무하던 관청)이 있었다는 것은 알지만 오늘 재현 행사를 보니 실감 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씨뿐만 아니라 이날 행사를 지켜본 시민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경상감영은 1601년(선조 34년)부터 1910년 폐지될 때까지 300여 년 동안 경상도 관찰사 253명이 근무했던 유서 깊은 곳이다. 조선 8도 행정구역이 도입되면서 처음 경북 상주시에 설치됐던 것을 대구로 옮겼다. 당시 경상도 관찰사는 지금의 대구와 경북 부산 경남 울산 등 영남권 5개 광역지자체의 행정 최고책임자였다. 대구를 영남지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의 중심지라고 하는 이유도 경상감영 때문이다.

이후 1965년까지 경북도청 청사로 사용하다 도청이 북구 산격동으로 이전한 뒤 1970년 공원으로 바뀌었다. 대구 중심부에 있어 중앙공원으로 불리다 1997년 경상감영공원이란 이름을 얻었다. 1만6500m²(약 5000평) 크기의 경상감영공원에는 경상도 관찰사 집무실인 선화당(대구유형문화재 1호)과 관찰사 숙소인 징청각(대구유형문화재 2호) 등이 있다.

대구시는 5년 전부터 4∼10월 토요일 경상감영공원에서 기념행사를 열고 봄가을에는 공원 부근 도심에서 관찰사 행렬을 재현하고 있다. 대구시는 이 행사를 확대해 연중 시민과 관광객이 볼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지만 예산 문제 때문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본 교토에서 온 50대 부부는 이 행렬을 보고 “대구에 자주 오지만 이번에 처음 이 행사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대구에 오면 늘 경상도 관찰사 행렬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내년부터 경상도 관찰사와 관련된 행사를 다양하게 추진하기 위해 국비 확보에 나서고 있다. 최삼룡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영남지방에서 관찰사 행렬은 대구에서만 볼 수 있는 움직이는 관광상품”이라며 “시민과 관광객이 일상에서 경상감영의 전통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내년에 꼭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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