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성공회 지적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인 ‘강화도 우리마을’이 펼치는 수익사업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강화도 우리마을 제공
정신지체 장애인과 비(非)장애인이 어울려 사는 공동체인 인천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 ‘강화도 우리마을’(cafe.daum.net/urimaul605)에 경사가 잇따르고 있다. 이 마을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콩나물, 쌀빵 등이 큰 호응을 얻으면서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마을에서 일할 근로 장애인을 더 뽑기로 했고, 강화지역 농민들과의 협업이 확대되고 있다.
○ 장애인의 성공 재활 수익사업
우리마을은 만 18세 이상 1∼3급 지적장애인에게 직업 재활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2000년 3월 문을 열었다. 대한성공회 김성수 주교(81·전 성공회대 총장)가 부친에게 물려받은 고향 땅을 헌납하면서 장애인 일터이자 삶터가 마련된 것이다.
이곳에서는 국립농산물관리원으로부터 친환경인증을 받은 콩나물을 비롯해 쌀로 만든 빵, 수경 재배된 상추, 유정란 등을 생산하고 있다. 또 외부에서 물건을 납품받아 포장이나 부품조립을 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요즘 전자제품 단자 조립과 압정에 해바라기 문양을 붙이는 일감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이들 작업에 참여하는 장애인은 50여 명이다. 비장애인들이 팀장이나 동료로 활동하면서 힘든 일을 거들어주고 있다.
자동화 설비를 갖춘 콩나물공장은 우리마을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콩나물은 무농약으로 재배된 국산 콩에다 지하수를 뿌려 키워진다. 맛이 독특하고 건강에 좋다는 소문이 나 시중에선 구하기 어렵다. 주로 한국생활협동조합연대, 서울 갤러리아백화점, YMCA 생협, 대기업에 직거래 형태로 공급된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청 민원실 내 10m² 남짓한 공간이 우리마을 제품을 판매하는 ‘영등포 나눔가게’로 꾸며졌다. 우리마을 유찬호 원장(스테반 신부)은 “이 가게는 장애인이 만든 제품을 영등포 지역 쪽방촌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판매하는 곳”이라며 “수익금은 어려운 사람들의 인건비로 모두 지출돼 나눔 창구인 셈”이라고 말했다.
개점 10여 일이 지나면서 판매량이 꾸준히 늘자 다른 지역 구청에서도 나눔가게 유치를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순무, 쌀, 속노란 고구마, 쑥 등 강화지역 특산품의 판로가 다양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 ‘느리게 살기’
우리마을 장애인들은 도시인과 달리 즐겁게 일하고 있다. 노동시간이 하루 5∼6시간이어서 출퇴근이 여유롭다. 또 좋은 날씨를 택해 갯벌이나 들판에도 자주 놀러 나간다.
이렇게 일하면서도 월급을 최고 65만 원까지 받는다. 일반인에 비해 수입은 적지만 땀 흘려 일한 대가에 모두 감사해하고 있다. 어떤 장애인은 첫 월급봉투를 뜯지도 않은 채 보관하고 있고, 또 다른 장애인은 “더 열심히 일해 부모님 여행을 보내주고 싶다”고 야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나눔가게가 성공을 거두고 있는 데다 생산량 주문이 대거 늘어나 급료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
풀무원식품이 12월부터 이곳의 콩나물을 납품받아 시중에 판매하기로 했다. 유정란도 인기가 높아 닭 방사량을 늘리기로 했다. 풀무원 측이 현재 200마리에서 10만 마리까지 늘려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화훼사업을 새로 시작한다. 인천시 지원으로 비닐하우스 5동을 신축했고 다음 달부터 봄꽃 출하 준비에 들어간다. 강화농업기술센터가 이곳 장애인들에게 꽃 재배기술을 알려주기로 했다.
우리마을 측은 “사업이 잘되면 장애인 월급을 100만∼150만 원으로 올려주고, 만 58세 정년 이후에도 가족의 도움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연금보험을 들게 하려 한다”고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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