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민·합리·돌출·협찬… 4개 키워드로 본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한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4일 03시 00분


[서민] 쪽방촌-시장 등 14차례 현장찾아
[합리] ‘정책 뒤집기’ 우려 씻고 상식 강조
[돌출] ‘등록금 철폐’ ‘우면산재조사’ 발언
[협찬] “사회기금 절반은 기업에서…” 논란

박원순 서울시장이 26일로 취임 한 달을 맞는다. 정치 신인이지만 취임 첫날 무상급식 예산 지원을 전격 결정해 자신의 복지 구상을 실현하며 친서민 정책에 시동을 걸었던 그다. 온라인 취임식을 연 뒤 연일 파격 행보를 선보이기도 했다. 한 대학 특강에서 “등록금 철폐 운동을 왜 안 하느냐”는 돌출발언까지 한 박 시장은 여느 시장과 확연히 다른 행보를 보여 왔다. 출범 한 달을 맞은 ‘박원순호 서울시 행정’을 4개의 키워드로 분석했다.

○ 현장을 중시하는 친서민 행보


그는 지난달 27일 취임 첫 일정으로 노량진수산시장을 방문했다. 이날 마지막 일정도 영등포 쪽방촌을 찾아 월동대책을 점검하는 일이었다. 환경미화원과 함께 쓰레기를 치우고 방사능 소동이 벌어진 노원구 월계동과 단수사태가 발생한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 아파트로 달려갔다. 서울시에 감정이 좋지 않은 우면산 산사태 피해지역인 전원마을과 강남의 달동네인 구룡마을도 찾아갔다.

취임 28일째인 23일까지 이뤄진 박 시장의 현장방문은 공식적으로 파악된 것만 모두 14차례. 박 시장의 관용차인 카니발 승합차는 22일 기준으로 2002km를 달렸다. 휴일을 포함해 하루 평균 74km를 넘게 움직인 것. 주유량도 248L에 이른다. 전임 시장의 에쿠스 관용차는 다음 달 매각한다.

○ 시정 운영 최우선 기준은 합리성


박 시장은 ‘모든 정책을 무조건 뒤집어 혼란을 일으킬 것’이라는 일부의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합리성을 내세웠다. 박 시장은 서울시 간부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있지만 상식과 합리에 기준을 두면 모든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선거운동 기간에 “양화대교 공사를 중단해 전시행정의 표본으로 남기겠다”고 했지만 당선 후에는 예산 낭비가 우려된다며 계속 공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서울종합방재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천재만은 아니다”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던 박 시장은 21일 재조사 여부에 대해 “속단하면 안 된다”며 신중한 입장으로 선회했다.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고됐던 간부 공무원 인사는 내년 3월경으로 미뤘다.

○ 예측하기 힘든 즉흥적 행동


하지만 현장 중심의 행보는 때때로 즉흥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박 시장은 15일 동국대 특강에서 “여러분이 어렵게 등록금 인하 투쟁을 해왔는데 왜 철폐 투쟁은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등록금은 예산과 재정의 문제가 아니라 비전의 문제이고 가치의 문제”라며 대학 등록금이 없는 독일 스웨덴 핀란드의 사례를 거론했다. ‘경제 사정이 다른 우리나라와 단순 비교할 수 없다’ ‘시장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반박에 부닥치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하지만 예고 없이 시청 사무실을 방문해 손수 피자를 나눠주고 직원 자녀와 직접 통화하는 등 즉흥적인 격식 파괴에는 환호를 받았다.

○ 계속되는 협찬 논란

선거 과정에서 계속됐던 ‘협찬’ 논란은 박 시장이 시정 운영에서도 기업이나 사회단체의 협찬을 받겠다고 밝히면서 또다시 고개를 들었다. 박 시장은 2일 정례간부회의에서 “공익에 투자하려는 기업과 사회단체의 협찬을 받아서라도 따뜻한 겨울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또 내년도 예산편성 과정에서 향후 3년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투자기금’을 조성하는 데 전체 기금의 절반인 1500억 원을 기업 협찬으로 채우겠다고 밝혔다. 기자와 만나면 “언론이 협찬해 달라”며 적극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자신에 대한 비판의 단어를 자신의 강점으로 변화시키는 정치적 화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재홍 기자 nov@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