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내사마저 검찰이 통제… 직을 걸고 싸워야” 격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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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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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리실 조정안 검경 반응

그동안 경찰이 자율적으로 수행해 오던 독자적인 수사 활동(내사)은 계속 보장되지만 수사 결과 경찰이 검찰 지휘 없이 마무리했던 사건은 앞으로 검찰에 보고해야 한다. 또 경찰은 검찰의 수사 지휘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재지휘 건의’를 할 수 있게 된다.

국무총리실은 23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검경 수사권 조정안(검사의 수사 지휘에 관한 대통령령)을 확정해 발표하고 24일 입법예고하기로 했다. 조정안은 다음 달 중순 차관회의와 하순 국무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공포돼 내년 1월 1일 개정된 형사소송법과 함께 시행된다.

조정안에 따르면 경찰은 기존 수사 활동 가운데 △피의자 신문조서 작성 △긴급체포 △체포·구속영장 신청 △주거지 등 장소에 대한 압수수색·검증영장 신청 등 4가지 수사 활동과 관련한 기록과 증거물을 검사에게 제출해 지휘를 받아야 한다. 지금까지는 검사의 지휘 없이 이런 활동이 이뤄지기도 했다.

이와 함께 경찰이 △주거지 이외의 압수수색·검증영장과 통신제한조치, 통신사실 확인자료 요청 집행 △피의자 소환 조사 △현행범 체포·인수 등의 수사 활동 뒤에도 입건하지 않고 사건을 마무리할 경우 분기별로 해당 사건 목록과 요지를 정리해 검사에게 제출해야 한다. 또 사건 관계자의 문제 제기에 따라 인권 침해가 의심되는 사건에 대한 기록과 증거를 검찰에 제출해야 한다.

이번 조정안에 대해 경찰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내사 부문이 개악됐다”며 “경찰 조직의 자존심을 무너뜨리고 제대로 된 기능과 역할을 못하게 하는 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박종준 경찰청 차장도 이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조정안은 합의가 아닌 강제조정에 따른 것으로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의 개정 취지에 역행했다”고 밝혔다.

일선 경찰들도 강력히 반발했다. 이날 경찰 온라인 커뮤니티인 폴네티앙에는 “앞으로 경찰은 수사는 하지 말고 첩보만 수집해 검찰에 전달하라는 거냐”며 “경찰직을 걸고 싸워야 한다”는 의견들이 올라왔다. 선거 대공 등 공안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입건 여부를 지휘하도록 명문화한 조항에 대해서는 경찰의 수사 개시·진행권을 인정한 개정 형사소송법과 상충된다고 반발했다. 정치적 중립과 균형이 필요한 사건까지 일일이 검사의 입건 지휘를 받도록 한 점은 공정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국회 행안위도 이번 조정안 입법예고를 유예하라고 촉구했다. 행안위는 전체회의에서 “검경 간 충분한 논의를 통해 대통령령을 제정할 수 있도록 재논의해야 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해 총리실에 전달했다.

검찰도 “조정안이 경찰 주장에 편향돼 있다”고 반발했다. 대검찰청 정인창 기획조정부장은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대통령령안(조정안)은 수사 지휘권 행사에 과도한 제약을 뒀다”며 “경찰이 검찰에 수사개시를 보고해야 하는 중요 범죄를 22개에서 13개로 줄였다”고 지적했다. 또 “긴급체포한 사람을 석방할 때 검사의 사전승인을 받도록 한 규정을 삭제하는 등 인권 보장에 반하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말했다. 일선 검사들도 검찰 내부통신망을 통해 조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쏟아냈다. 재경 지검의 한 검사는 “이번 조정안에 대해 대검 지도부가 동의한 것이 아니라 총리실의 일방적인 제안이라면 이를 시정하기 위해 지도부가 직을 걸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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