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SCHOOL DIARY]‘성형 플랜’에 나선 엄마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9일 03시 00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시험을 마친 고3 여학생들이 이때부터 관심을 쏟기 시작하는 분야는 바로 ‘성형’.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성형외과에 집단상담을 받으러 가기도 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 최근에는 자발적 의지보단 어머니 손에 이끌려 억지춘향 격으로 성형외과를 방문하는 여고생도 적지 않다. 여고생들이 자주 찾는다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성형외과 원장으로부터 이 기막힌 사연을 들었다.

고3 딸을 둔 어머니인 A 씨(46·서울 강남구)는 딸이 수능을 치르기 전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는 딸을 위해 이른바 ‘대학진학 마스터플랜’을 세워준 뒤 이 계획에 따라 계산기처럼 정확한 삶의 궤적을 밟아왔기 때문이다. 딸의 성적이 조금이라도 부족한 과목이 발견되면 해당 과목에서 알아준다는 강사를 섭외해 고가의 개인과외도 시켰다.

수능이 끝나고 대부분의 대입 수시전형도 막을 내려가는 지금, A 씨의 삶은 비로소 여유로워졌을까? 아니다. 여전히 그는 바쁘다. 수능이 끝난 지금은 딸의 ‘대학진학 마스터플랜’을 마무리짓는 동시에 딸을 위한 더 큰 계획, 즉 ‘인생 마스터플랜’의 가동을 시작할 순간이기 때문이다.

A 씨가 수립한 딸의 인생 마스터플랜 중 가장 먼저 돌입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바로 딸의 성형수술이었다.

A 씨는 딸의 손을 잡고 서울 압구정동의 한 유명 성형외과를 찾았다. 상담 예약은 이미 수능일 전에 잡아놓았던 터. A 씨는 딸이 쌍꺼풀 수술과 코 높임 수술을 받기를 원했는데, “쌍꺼풀은 절개법으로 하지 말고 매몰법으로 해주세요”라고 주문할 만큼 요구는 구체적이었다.

A 씨가 세운 딸의 ‘성형 마스터플랜’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A 씨는 “수능이 끝나고 대입을 앞둔 현 시점에는 ‘대(大)공사’라고는 할 수 없는 눈과 코 성형에 머물지만, 2년 후인 대학교 2학년이 되면 광대뼈와 턱뼈를 매끈하게 손봐 얼굴라인을 완성시키고, 마지막으로 대학 졸업반 때쯤에는 가슴성형을 시킨 뒤 각종 맞선자리에 내보낼 것”이라고 계획을 밝혀 의사를 화들짝 놀라게 만들었다.

A 씨는 딸이 공부도 외모도 모두 ‘완벽한’ 여성으로 성장하길 열렬히 바란다. 그래서 딸의 모든 인생계획은 자신이 세운다고. 공부뿐 아니라 외모도 결혼할 때 중요한 ‘스펙’ 중 하나라는 생각에서다.

서울 대치동의 일부 엄마가 아이가 다닐 학원을 과목별로 정해주는 ‘학원 플랜’을 세우는 것처럼 이젠 딸의 ‘성형 플랜’을 짜주는 엄마들까지 생겨나다니…. 하긴, 요즘 대학생들 수강신청도 엄마가 대신해준다지 않는가.

오승주 기자 canta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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