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국내에서 수집할 수 있는 자원 식물 종자의 90% 이상을 수집하며 종자 연구에 열정을 쏟아온 국내 야생종자 전문가 강병화 고려대 생명과학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64·사진)의 고별 강연이 28일 오후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오정강당에서 열렸다. 강 교수는 내년 2월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다.
강 교수는 1984년 고려대에 부임한 뒤 최근까지 한 달에 보름 이상을 산과 들, 논밭을 다니며 야생 종자를 수집했다. 종자를 찾아 전국을 누빈 지는 4000일 가까이 됐다. 환경 파괴와 기후 변화로 세계적으로 2만여 종의 식물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어 자원 전쟁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발아가 가능한 종자 확보에 전력을 다한 것이다.
그는 이날 고별 강연에서도 그간의 소회 대신 야생종자 채취 및 보관의 중요성과 야생종자의 번식을 막는 가시박 등 생태교란식물 제거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가시박은 ‘식물의 황소개구리’로 불릴 정도로 주변 식물을 고사시키는 교란종.
강 교수는 “20년 전부터 가시박 문제를 주장해도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는데 이제는 사람들도, 환경부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 다행”이라며 “이미 확산된 가시박 때문에 토종 생물군이 초토화될 수 있는 만큼 가장 효과적인 해결 방법인 ‘손으로 뽑아내는 방식’으로 이를 제거해나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과로로 쓰러질 때까지 종자를 수집하러 다녔던 기억도 회고했다. 그는 “3880일이 넘도록 산으로 강으로 들로 바깥으로 돌아다녔지만 아무도 내게 뭐라 하는 사람 없이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어 행복했다”며 “하루도 쉬지 않고 풀과 종자만 생각하며 살아온 날들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든 교단을 떠나자니 섭섭한 마음도 든다. 눈물이 왈칵 날 정도다. 그러나 앞으로 할 일이 많기에 가슴은 오히려 두근거린다”는 말로 강연의 끝을 맺었다.
고려대 농과대를 졸업한 강 교수는 1979년 유학을 떠난 독일에서 종자 연구의 중요성을 처음 깨닫고 종자 연구를 전공으로 택했다. 그는 1984년 귀국한 뒤부터 전국을 누비며 종자 수집을 해왔으며 30년간 수집한 국내 야생종자 7000여 점(1700종)을 모두 학교에 기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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