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 문제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검경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나 ‘맞짱 토론’을 벌였다. 이날 행사는 총리실 직권중재안에 집단 반발하고 있는 경찰과 사태 추이를 지켜보던 검찰이 공개석상에서 벌인 첫 난상토론이었다. 500석 규모의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날 토론에는 전현직 경찰관 1000여 명(경찰 추산)이 몰려 검찰이 수세에 몰린 가운데 공방이 벌어졌다. ○ ‘벤츠 검사’ 수사권 논란에도 불똥
경찰 측 토론자로 나선 이세민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은 최근 논란이 된 ‘벤츠 여검사’ 사례를 거론하며 포문을 열었다. 검사나 검찰 수사관에 대한 수사는 경찰이 독립적으로 해야 실효성이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 단장은 “벤츠 검사 사건은 검사가 변호사와 결탁해 경찰 수사를 부당하게 지휘한 단적인 사례”라며 “총리실 중재안은 피고인 등 사건 관계인이 경찰 수사에 이의를 제기하면 바로 검찰에 송치하도록 하고 있는데 그러면 검찰 비리는 처벌이 더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두식 대검찰청 형사정책단장은 “검사 비리 사건을 지휘를 받지 않는다면 모든 수사에 관해 지휘를 받도록 한 형소법 개정안에 어긋난다”며 “검사가 피의자가 되면 일반인보다 비난 받을 소지가 높아 인권 침해 가능성도 크다”고 반박했다.
경찰은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기 전인 내사 단계부터 검사 지휘를 받도록 한 총리실 중재안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이세민 단장은 “형사소송법 논의 과정에서 관행상 입건 전 단계까지를 의미하는 내사는 수사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을 여러 번 확인했는데 그런 합의가 완전히 무시됐다”며 “내사까지 검사가 지휘하겠다는 건 검찰이 경찰을 완전히 장악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 이두식 단장은 “내사의 범위를 두고 형식설과 실질설이 있는데 입건 전이라도 소환조사나 압수수색 등 실질적 수사 활동을 했다면 내사가 아닌 수사활동으로 봐야 한다는 실질설이 더 우세하다”며 “경찰이 자체적으로 조사를 한 뒤 ‘아무것도 아니네’ 하고 마음대로 종결할 수 있다면 그 과정에서의 문제는 누가 감시하겠는가”라고 맞받았다. ○ 경찰의 성토장이 된 토론장
이날 토론장에서는 총리실 중재안에 대한 경찰의 불만이 집중적으로 터져 나왔다. 휴가까지 내고 토론장을 찾은 1000명의 경찰관은 겉옷에 ‘형사는 검찰의 TV 맞짱 토론을 촉구합니다’라고 쓰인 스티커를 붙이고 있었다. 토론장 입구 주변에는 ‘총리실 수사권 조정안의 최대 피해자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미치도록 수사하고 싶습니다. 검사의 비리를’ 등의 내용이 담긴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다. 검찰 측 인사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토론이 시작되자 방청석에 앉지 못한 경찰관들은 계단이나 통로를 가득 메웠다. 토론장에 들어가지 못한 수백 명은 별도의 방에서 생방송으로 토론을 지켜보며 토론자들의 검찰 옹호 발언에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검사와의 ‘TV 토론’을 제안했던 경남 진해경찰서 양영진 수사과장도 토론장을 찾아 “검찰과 밥그릇 싸움을 하자는 게 아니다. 총리실 직권중재안처럼 검사의 권한만 강화되면 결국 돈 없고 힘없는 사람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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