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활용교육(NIE)을 하고 싶으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무엇을 어떻게 배워야 제대로 NIE를 시도할 수 있을까.(대구 A 교사)
학생들이 신문을 읽으면 좋겠다.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해야 신문을 읽게 할지 뾰족한 수가 없는 듯싶다. 강요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까 걱정스럽다.(인천 B 교장)
아이가 신문을 읽긴 읽는데 제대로 읽는지 궁금하다. 그냥 칼럼이나 눈에 띄는 기사를 읽을 뿐이다.(청주 C 학부모)
신문을 왜 읽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어려운 낱말 투성이에 복잡한 듯 보이는 세상을 마주하기 싫다.(서울 D 고교생)
교사는 교사대로, 학부모는 학부모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NIE에 대해 고민이 많네요. 읽기는 읽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효과적인지를 모르기 때문이죠. 이럴 때 신문 스크랩은 아주 단순하면서도 효과가 만점입니다. 아주 간단해 보이지만 지식과 정보의 축적을 통해 인식과 감성의 새로운 세계로 인도하는 NIE의 기초가 바로 스크랩 활동입니다.
1. 무엇이든 고르고 모아보세요
스크랩 활동은 무엇보다도 지속적으로 시도해야 하기에 본질적으로 포트폴리오의 성격을 갖습니다. 실제로 한두 줄씩이라도 꾸준히 글을 덧붙이면 일기가 됩니다. 분류 방식에 대해 고민하면 데이터베이스 같은 특성을 지닙니다. 태그(tag)를 붙이며 인터넷 스크랩을 하면 특성을 부여하고 추출하는 지적행위가 됩니다.
또 스크랩을 하는 이의 관심과 흥미, 취향을 자연스럽게 보여줌으로써 진로와 진학을 결정할 때 중요한 참고자료가 됩니다. 누군가가 무엇을 스크랩했다면 최소한 스크랩 대상에 대해 관심과 지식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중학교 때부터 블라디미르 푸틴과 관련한 기사를 모은 학생이 있었습니다. 푸틴이 러시아 대통령 시절 방한했을 때 이 학생은 그를 만났다고 합니다. 푸틴과 러시아가 볼 때 한국의 평범한 고등학생이 자기 나라의 대통령 관련 기사를 꾸준히 모은 사실 자체가 얼마나 신기하고 기뻤을까요. 한국과 러시아의 외교 관계에도 도움이 되었음은 물론이겠죠.
스크랩은 한마디로 ‘골라 모으기’입니다. 고르는 일은 관심이 있는 대상의 특정한 가치를 찾아내는 선택적 행위입니다. 모으는 일은 관심이 있는 대상을 한군데에 있게 만드는 지속적인 행위입니다. 따라서 무엇을 스크랩하는 것은 특정 대상에 대한 가치 판단을 지속적으로 시도함으로써 일정한 결과를 축적하고 있음을 뜻합니다. 스크랩 대상과 스크랩 주체의 현재와 과거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미래의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하는 셈이죠.
일단, 신문을 보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이나 분야를 정해서 집중적으로 스크랩하는 데서 시작하세요. 스포츠 만화 연예 기사를 모아도 좋습니다. 무엇이든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스크랩 활동을 계속하게 만드는 힘이 됩니다. 아무리 사소해 보여도 무엇엔가 흥미를 가지면 스크랩의 범위 또한 자연스럽게 확대됩니다. 다만, 처음부터 너무 분야를 넓히면 해당 지면 전체를 보관하는 식이 되니 곤란합니다. 스포츠에 관심 있다면 축구나 야구, 아니면 해외 축구식으로 범위를 적절히 조절할 필요가 있습니다.
2. 다양하게 넓히고 깊게 모아보세요
학급 전체가 각자의 주제어를 중심으로 스크랩을 하면서 돌려 보면 배경 지식이 넓어지고 관심 분야가 다양해집니다. 금상첨화죠. 소비자, 지구온난화, 세계 교육, 독도, 다문화 등 주제를 정해서 공책에 관련 기사를 꾸준히 모아 붙이다 보면 이 주제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뿌듯한 성취감도 생기겠죠. 최소한 해당 주제에 대해서만큼은 학교 최고의 전문가가 되는 셈입니다.
신문의 구성요소, 예를 들어 만화 사진 프로그램안내표 일기예보 독자투고 사설을 집중적으로 스크랩하는 방식도 좋아요. 음식 관련 기사, 부고 기사, 경제 기사, 신간안내 기사, 문화행사 등 특정한 분야도 효과적입니다. 좀 더 익숙해지면 찬성과 반대형 기사, 심층 취재형 기사처럼 기사의 성격과 방향을 중심으로 스크랩을 할 수 있습니다. 통계나 지도 같은 그래픽 자료를 열심히 모아 놓으면 문자와는 색다른 표현방법을 익힐 수 있을 겁니다.
3. 스크랩 과정을 즐겨보세요
스크랩한 자료를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대개 용도에 따라서 커다란 서류 봉투에 자료를 담더군요. 스크랩한 결과를 처리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쏟을 필요는 없습니다. 시간 순서에 따라 모으되, 대략 어느 때 어떤 기사가 나왔는지 정도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온라인 스크랩의 경우에는 기사 앞에 말머리를 붙여서 즐겨찾기에 추가하면 됩니다.
여기서 꼭 해드리고 싶은 충고 하나! 스크랩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즐겁고 의미가 있습니다. 스크랩을 하다 보면 꿈틀거리고 펄떡거리는 생생한 기사를 손아귀에 가득 움켜쥐는 느낌이 생깁니다. 한 달 치를 한꺼번에 스크랩하면 얼마 전에 읽었던 지면이 머릿속에서 펼쳐집니다. 세상의 모든 조각이 자연스럽게 통합되고 융합되고 통섭되는 겁니다. 그런 순간의 즐거움을 느끼면 좋겠습니다.
또 스크랩을 오래 하다 보면 일종의 철학적 경지에 빠져듭니다. 제 경험을 얘기하자면 스크랩은 살아 있는 물고기의 회를 뜨는 듯한 느낌입니다. 살아 숨쉬는 생생한 기사가 주는 손맛을 만끽하는 거죠. 이런 과정을 오래 경험하면 스크랩의 즐거움이 더 커집니다. 학교공부, 더 나아가 입시에 필요한 실력 또한 자연스럽게 한 단계 높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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