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해양경찰청 2층 장비개발연구팀 사무실은 퇴근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불이 꺼지지 않는다. 바다에서 경비함을 타고 치안활동을 벌이는 경찰관들이 사용하는 각종 장비를 효율적으로 개선하거나 새롭게 개발하는 업무를 맡고 있어 야근이 잦기 때문이다.
이 연구팀은 석·박사학위를 갖고 있는 전문 연구인력이 아니라 일선에서 해상치안을 경험한 경찰관들로 구성돼 있다. 해군 부사관으로 근무하다 1991년 해경에 들어온 한상철 팀장(45·경정)은 20년 이상 경비함을 탄 베테랑 경찰관. 해경이 보유한 100t에서 5000t급에 이르는 경비함에서 두루 근무했다. 팀원인 최태성(39) 허영회(37) 김현종 경사(29) 등도 대부분 2년 이상 경비함을 타고 사고 선박 구조와 중국어선 단속을 담당해 해상 현장경험을 갖춘 경찰관들이다.
올 1월부터 호흡을 맞춰 온 이들은 그동안 각종 해상범죄를 단속하는 데 필요한 진압장비 등을 개발해왔다. 우리 해역에서 불법 조업을 일삼다가 이를 단속하는 경찰관에게 흉기를 휘두르며 저항하는 중국 어선의 폭력적 저항이 갈수록 심각해지자 같은 달 고속단정에 장착하는 고압분사기를 처음으로 고안했다.
이 분사기는 유효거리가 40m나 되기 때문에 비교적 먼 거리에서도 폭력을 휘두르는 중국 선원들을 손쉽게 제압할 수 있다. 또 최루액을 섞어 사용할 수 있어 진압효과가 뛰어나다는 것이 단속을 맡고 있는 해경 특공대원들의 설명이다. 이 분사기는 중국 어선과 맞대응하는 대부분의 고속단정에 장착됐다. 또 이들은 흉기에 좀처럼 뚫리지 않는 방검 기능과 바다에 빠져도 떠오르는 부력을 갖춘 조끼도 개발해 보급했다.
바다에서 발생하는 각종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인명 구조에 필요한 장비 개발에도 나섰다. 야간에 예인되는 선박을 묶은 밧줄을 발견하지 못하고 횡단하다가 발생하는 사고가 연평균 90여 건에 이른다는 사실에 주목해 지난달 ‘자동발광밴드’를 개발했다. 추돌사고를 막기 위해 보통 예인선의 밧줄은 200m를 유지하는데 야간에는 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어선 등이 지나가다가 발줄에 걸려 전복되는 사고가 많았다. 이들은 밧줄에 20m 간격으로 방수기능을 갖춘 발광다이오드(LED)램프를 달면 1km 떨어진 거리에서도 식별이 가능한 발광밴드를 설계한 뒤 국내 한 야광조명기구 제조업체에 의뢰해 시제품을 만들었다. 현재 특허출원을 냈으며 조만간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이 밖에 조난자 위치가 실시간 통보되는 전자태그(RFID)가 부착된 라이프재킷은 특허를 등록한 뒤 전국에 보급됐으며 휴대용 인명구조용 인양기와 야광인명구조볼 등 6건을 개발해 특허출원한 상태다.
해양레포츠를 즐기는 국민이 매년 늘어남에 따라 현재 해상 긴급신고를 전담하는 122구조대 전용보트를 개발하고 있다. 이 보트에는 신속하게 조난신고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각종 구조 및 응급처치 장비들을 탑재한다. 한 팀장은 “팀원들이 개발한 장비들이 효능을 인정받아 경비함은 물론이고 민간 선박에도 보급될 때 큰 보람을 느낀다”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해상 구조장비를 지속적으로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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