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들 FTA 발언, 법원신뢰 해칠 우려”… 법원장들 자제 당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3일 03시 00분


■ ‘긴급현안’ 1시간넘게 토론

일선 법원장들이 일부 법관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발언과 관련해 “국민의 법원에 대한 신뢰를 손상할 우려가 있다”며 자제를 당부했다. 2일 오전 10시 대법원 청사 4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 참석한 고등 및 지방법원장 31명은 최근 FTA와 관련한 법원의 논란에 대해 이런 입장을 내놓았다.

법원장들은 “법관들 사이에 자유로운 의사소통은 중요하고 보장돼야 하지만 법관의 의도와 무관하게 그 의견이 외부로 노출될 때는 법원이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놓이게 된다”고 우려했다. 또 “법관의 의견은 비록 사견(私見)이라도 사회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클 수 있다”며 “자신의 발언이 미칠 영향을 생각해 매우 신중하게 (의견 표명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양승태 대법원장도 회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선비는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않는다는 옛말처럼 법관은 항상 조심하고 진중한 자세로 자신을 도야하고 성찰해야 한다”며 법관들의 자제를 당부했다. 양 대법원장이 법관들의 잇단 한미 FTA 관련 발언 논란에 대해 신중한 처신을 당부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당초 법원장들은 이날 회의에서 △국민과 소통 활성화 △하급심 강화 △평생법관제를 위한 인사제도 개선 등 주요 사법정책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최근의 FTA 관련 발언 논란을 따로 ‘긴급현안’으로 분류해 1시간가량 토론을 이어갔다. 법원장들 사이에선 “법관이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것은 사법부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법원장들은 이날 회의에서 하급심을 강화하기 위해 경력이 많은 법관을 지방법원에 집중 배치하고 국민참여재판을 확대하는 등 전반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또 “법관의 법정 언행이 상당히 개선됐지만 아직 국민의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최근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의 법정 언행에 대한 권고가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국민 법감정의 변화와 법 개정 등을 감안해 엄정한 양형을 하면서 양형 편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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