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고 개념 싸고 공방 “이젠 성적 올려줘야 명문” vs “그래도 대학진학률 중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3일 03시 00분


학업성취 우수校 공개후

교육과학기술부가 1일 처음 공개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향상도 우수 100대 학교’를 두고 ‘명문고’의 새로운 개념에 대한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소수의 학생만 좋은 대학에 보내는 과거 명문고 전략으로는 향상도를 높일 수 없다. 단 한 명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을 하는 게 우수한 학교다”고 강조했다. 명문고의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성취도평가가 높다고 우수한 학교라고 볼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국어 수학 영어 향상도 상위 10위권 학교의 2010학년도 4년제 대학 진학률을 분석해본 결과 졸업자 10명 중 4, 5명이 대학에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어 우수학교의 진학률은 평균 51.9%, 수학은 45.7%, 영어는 50%였다. 기존의 명문고 진학률이 80∼90%에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낮은 수치다.

가령 충남 목천고는 성취도평가 향상도는 국어 1위, 영어 3위를 기록했지만, 졸업생 233명 중 4년제 대학에 75명밖에 못 보냈다. 영어 2위, 수학 10위인 충남 광천고는 졸업생(133명) 중 25명만 대학에 가 진학률이 18.8%에 그쳤다. 이 학교들은 잘 못하는 학생들을 ‘학력향상반’ 등을 통해 중위권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교과부는 이런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우수 학생을 받아 성취도평가를 높이는 것보다 학교의 노력에 따라 좋은 결과가 나오는 학교 향상도가 새로운 명문고 개념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김성열 경남대 교육학과 교수도 “학교 향상도는 학교가 노력하면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서울대 합격자가 많은 학교가 아니라 뒤처지는 학생들을 끌어올리는 학교가 명문교 평가를 받아야 옳다”고 말했다.

향상도 공개가 해당 학교에 용기를 북돋워주고, 다른 학교에는 선의의 경쟁을 유발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 중랑구 태릉고 조현수 교사는 “열악한 환경에 있는 중랑구에서 성과를 이뤘다는 사실에 학생과 교사들이 많은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교과부는 학교 향상도를 올해처럼 학교성과급에 반영하고, 내년에는 공시 대상을 중학교로 확대해 잘 가르치는 분위기를 확산시킬 계획이다.

그러나 학교 향상도가 새로운 명문고의 기준이 될 거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 목소리도 높다. 서울의 한 외국어고 교장은 “학업성취도평가는 기초미달 학생을 파악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상대적으로 우수 학생이 들어왔으니 기존 명문고의 향상도가 낮은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향상도를 많이 올렸다고 해서 명문고라 부를 수 없다는 이야기다. 학부모 A 씨도 “아이가 상위권이 아니라면 성적을 올리는 데 힘쓰는 학교를 택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대학 진학률이 낮다면 망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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