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SCHOOL DIARY]‘스마트’한 엄마의 ‘스마트폰 사용계약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6일 03시 00분



스마트폰 보유자 2000만 명 시대. 하지만 초중고교생 자녀를 둔 부모는 고민이다. 스마트폰을 사달라는 아이의 요구에 ‘그래, 내 아이만 시대에 뒤떨어지게 놔둘 순 없지’와 ‘아니야. 공부에 방해가 될 거야’라는 상반된 생각이 머릿속에서 충돌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 이런 고민을 말끔히 해결한 어머니가 있다.

중1, 초5 두 아들을 둔 최성순 씨(37·경기 남양주시). 그의 큰아들도 6개월가량 “스마트폰을 사달라”고 졸랐다. 번번이 고개를 가로저었던 최 씨. ‘자는 척 하며 이불 속에서 새벽까지 카톡(카카오톡·무료 문자메시지서비스)을 하진 않을까’ ‘공부가 뒷전이 되면 어쩌지’란 우려 때문이었다.

아, 그러나 아들은 ‘최후의 수단’을 사용했다. 가족회의를 하자고 전격 제안한 것. 지난달 3일 저녁, 가족회의가 소집됐다. 아들은 역설했다.

“학기 초에는 전교 1학년 학생 중 40명 정도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절반 이상이 사용해요. 아들이 시대에 뒤처지기를 원하세요? 공부에 방해되지 않게 조절해 사용할게요. 약속!”

아들의 절실함이 마음을 움직였던 걸까. 어머니 최 씨의 입에서 “OK”란 말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최 씨는 조건을 붙였다. 이른바 ‘스마트폰 사용계약서’를 작성해 직접 서명을 한 뒤 계약서 내용을 반드시 지키라는 것. 아들은 동의했다. 이튿날 최 씨는 곧장 스마트폰을 구입해와 개통까지 마쳤다. 그리고 아들과 나눌 사용계약서를 작성했다.

‘1. 밤 11시에 스마트폰을 안방에 반납한다. 2. 비밀번호는 공유한다. 3. 길거리를 걸어 다니며 인터넷을 하지 않는다. 4. 지금보다 성적이 떨어지면 스마트폰 때문에 공부를 안 한 것으로 간주한다’와 같은 항목들을 적어나갔다.

특히 눈에 띄는 조항은 ‘동생에게 자랑하며 약 올리지 않기’와 ‘1년에 한 번 월 사용료(4만5000원) 내기’였다. 동생이 자신도 스마트폰을 사달라며 떼쓰는 것을 방지하는 한편, 아들도 한 번쯤은 제 용돈에서 사용료를 내 돈의 중요성을 깨달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에 담은 내용이었다.

이른바 ‘처벌규정’도 정했다. 각 조항을 지키지 못할 경우 사안의 심각성에 따라 ‘다음 날’ ‘일주일’ ‘다음 시험 때까지’ 사용을 금지한다는 규정을 각각 정했다. 계약서 마지막에는 굵은 글씨로 ‘위 사항을 모두 지킬 것이며 어길 경우 책임을 지겠다’라는 문구와 아들의 이름을 기입하고 서명 란도 작성했다.

그날 저녁, 최 씨와 남편은 아이를 불렀다. “계약서에 서명을 한다는 건 네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 생긴다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조항마다 서명을 하도록 했다.

물론 일방적이고 강제적인 계약은 아니었다. 최 씨는 아들에게 조항을 하나하나 살펴본 뒤 수정 보완해야 할 점을 이야기하라고 했다. 아들은 1번부터 10번까지의 조항을 꼼꼼히 읽으며 서명을 하기 시작했다.

마지막까지 아들이 고심했던 조항은 ‘동생 배려 차원에서 가끔은 스마트폰 게임 시켜주기’. 서명을 할까 말까 고민에 빠진 아들의 눈 앞에 최 씨는 구입해온 스마트폰을 ‘탁’ 놓았다. 아들의 눈빛이 흔들렸다. 아들이 입을 뗐다. “‘가끔은’이란 단어 앞에 ‘아주’를 추가해 넣어주세요”. 결국 이 조항은 ‘아주 가끔은’으로 보완되면서 합의에 이르렀다.

이후 아들은 놀라울 만큼 계약사항을 잘 지키고 있다고 전하는 최 씨. ‘이렇게 약속을 잘 지킬 줄 알았으면 몇 가지 조항을 더 넣을 걸…’이란 후회가 들 정도라고 한다.

‘스마트’ 시대에 ‘스마트’한 부모가 되기 위해선 때론 자녀와 ‘스마트’한 계약도 할 줄 알아야 하는 게 아닐까. 최 씨가 바로 그런 부모가 아닐까 한다.

오승주 기자 canta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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