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9시 반, 중국과 라오스 국경 사이 보텐 지역 검문소로 ‘이진주’라는 한국 이름을 가진 11세의 중국 소년이 붙잡혀 왔다. 여권도 없이 3시간 넘게 중국 국경지대 산을 넘어온 아이였다. 서투른 한국말로 “엄마가 기다리고 있다”고 중얼거리던 이 군은 중국으로 강제 송환될 것이라는 말에 끝내 눈물을 보였다.
탈북자 인권 개선 단체인 북한인권개선모임은 4일 “탈북 여성이 중국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 엄마를 만나기 위해 라오스 한국대사관으로 가려다 체포됐다”고 밝혔다.
모임에 따르면 이 군의 어머니 A 씨는 2000년 탈북했지만 중국 허베이(河北) 성 국경지대에서 인신매매를 당하고 한족 남성 B 씨에게 팔려갔다. 정식 혼인절차도 밟지 않은 상태에서 성폭행을 당해 이 군이 태어났고 모자는 이후 10년간 학대에 시달려야 했다.
B 씨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이 군을 “시끄럽게 운다”며 발로 차고 때렸고 탈북자인 점을 이용해 A 씨를 노예처럼 부렸다. A 씨는 이 군이 세 살이 되던 해 B 씨의 구타와 욕설을 피해 탈출을 시도했지만 하루도 못 가 붙잡혔다. B 씨는 “다시는 도망가지 못하게 해 주겠다”며 이 군과 A 씨의 다리를 망치로 내리쳐 몇 달을 걷지 못하게 만들기도 했다. 어린 아들을 데리고 중국을 탈출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어머니는 결국 지난해 홀로 탈출을 감행했다. 한국으로 넘어오는 데 성공해 한국 국적까지 취득했지만 항상 마음속에는 아들뿐이었다. 홀로 남아 아버지에게 학대당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 어머니는 아들을 구출하기 위해 1년 만에 위험을 무릅쓰고 중국으로 돌아갔다.
동네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어렵사리 이 군을 만난 어머니는 중국 윈난(雲南) 성 지역으로 이 군을 데려왔다. 북한인권개선모임의 도움으로 만난 탈출 안내인에게 이 군을 맡기고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의 한국대사관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밀입국 전문인 안내인과 아이는 라오스 국경을 넘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얼마 가지 못해 검문에 걸렸다. 북한인권개선모임 관계자는 “검문소 위치가 갑자기 바뀌어 버린 탓에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다”며 “현재 아이가 중국과 라오스 국경 지역의 모딩 이민국 수용소에 홀로 수감돼 있다”고 전했다.
아이가 무사히 한국대사관에 도착하기를 고대하던 어머니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좌절하고 있다. 아직 중국에 머물고 있는 어머니는 5일 저녁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내일 중국 공안들이 수용소로 찾아가 아이를 데려간다고 들었다”며 “집으로 돌아가면 아버지가 아이를 때려죽일 것”이라고 울부짖었다.
북한인권개선모임 측은 “아이가 라오스 검문소에서 체포됐다는 소식을 듣고 즉시 주라오스 한국대사관으로 도움을 요청했지만 휴일이라 담당자와 직접 통화하지 못했다”라며 “중국 베이징대사관에도 도움을 청했지만 ‘아이가 중국 국적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개입이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모임 측은 “재중 탈북 여성의 인신매매와 성폭행 문제, 그 과정에서 태어난 자녀들이 심각한 인권침해를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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