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과 함께 6일 오전 ‘시민이 중심되는 소통과 화합의 시정’ 선포식을 열었습니다. 그동안 서울시와 갈등을 빚어온 시의회가 대화와 소통을 통해 협력관계를 구축한다는 의미에서 연 행사입니다.
오세훈 전 시장 시절 서울시는 서울광장 사용과 무상급식비 지원을 놓고 시의회가 공포한 조례안을 무효화해 달라는 소송을 대법원에 내고 조례안 7건에 대해 재의를 요구했습니다. 이날 열린 선포식에서 박 시장은 “시의회와 시 집행부가 충분히 대화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다른 기관까지 끌고 가는 것은 지나친 반목이라고 생각한다”며 “대법원 제소를 취하하고 재의 요구를 철회한다”고 밝혔습니다. 법적으로 논란의 소지가 있거나 시행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되는 부분은 보완해 수정안을 발의해 처리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선포식을 과연 ‘소통과 화합’의 기준으로만 받아들여야 할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민주주의 국가의 의회 제도는 행정을 펼치는 이들을 잘 감시하고 견제하라고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도 감시자와 대상자가 손을 잡은 것이죠. 한나라당 시의원들은 이날 모임에 대해 “의장과 시장은 ‘의회’라는 제도를 만든 기본 원칙을 저버리지 말라”고 비판했습니다. 민주당 출신 시의원이 8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본회의 의결도 없이 민주당 출신 의장과 부의장, 운영위원장이 기자회견장에 나와 이른바 ‘화합의 시정선언’을 한 것에 대한 비판입니다.
박 시장은 취임 전 “지난 10년간 전임 시장들이 서울시장 자리를 대선 출마를 위한 수단으로 생각해 전시행정을 펼친 것은 잘못됐다”며 “양화대교 공사를 중단해 전시행정의 표본으로 남기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전시행정이란 말 그대로 보여주기 위한 행정을 뜻합니다. 이날 선포식은 누구를 위한 선포식일까요. 시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시의회 의장과 함께 악수하며 사진 찍는 일이야말로 전시행정의 표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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