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민통선 안보관광지 “제주도 안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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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8일 03시 00분


외국인 4년새 2배로… 올해 27만명 이를듯
중국인이 전체 80% 한국관광 필수코스로

경기북부 민통선 내 안보관광지의 외국인 관광객 급증을 주도하는 중국인들이 6일 오전
제3땅굴 조형물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경기북부 민통선 내 안보관광지의 외국인 관광객 급증을 주도하는 중국인들이 6일 오전 제3땅굴 조형물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제3땅굴 도라전망대 통일촌 등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이북 지역에 있는 안보관광지들이 외국 관광객의 인기 관광코스로 떠오르고 있다. 7일 경기도와 파주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4일까지 파주시 군내면 점원리 제3땅굴 등 민통선 내 안보관광지를 찾은 관광객은 53만3000여 명. 4년 전인 2007년 관광객 규모(41만7000여 명)와 비교하면 12만 명가량 증가했다.

이 가운데 내국인 관광객은 2007년 28만7000여 명에서 올해 28만여 명으로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반면 외국인 관광객은 2007년 13만 명에서 올해 25만2000여 명을 기록해 2배 규모로 급증했다. 이달 말이면 최대 27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발생한 천안함 폭침 및 연평도 포격 사건의 여파를 감안할 때 예상을 뛰어넘는 증가세다.

○ 중국인의 ‘필수 관광코스’로 급부상

외국인 관광객 증가세를 주도하는 것은 중국인이다. 파주시는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80%가량이 중국인일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 사이에서는 제주 관광, 서울 쇼핑과 함께 민통선 방문이 3대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 관광업계의 설명이다. 중국 관광객 전문 가이드인 류영희 씨(32·여)는 “중국 관광객 10명 가운데 8, 9명은 이곳을 찾는다”며 “남북이 대치 중인 상황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겨울로 접어들었지만 중국인 관광객 행렬은 끊이지 않고 있다. 6일 오전에도 제3땅굴 주차장에는 대형 관광버스 20여 대가 줄지어 서 있었다. 기록물을 보여주는 영상관과 제3땅굴 체험관 곳곳에서 중국어가 들려왔다. 주변 조형물 앞에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주변 철조망에 걸려 있는 ‘지뢰(MINE)’라고 적힌 경고판도 신기하게 쳐다봤다.

중국인들의 발길이 이곳으로 향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중국이 6·25전쟁 참전국이기 때문이다. 당시 상황을 아는 노년층은 타국에서 전사한 아버지 또는 할아버지 세대를 추모하게 되고 젊은층은 새로운 역사를 체험하는 것이다.

40대 중국인 여성 관광객은 “중국이 참전했기 때문에 (6·25전쟁은) 남의 전쟁이 아닌 것 같다”며 “이곳에 와보니 당시 남북한 문제에 중국이 개입하지 않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정동윤 파주시 민북관광팀장은 “한국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안보관광”이라며 “중국인 관광객들이 빠르게 늘고 있어 육군 1사단 등과 함께 통역 등 안내서비스를 대폭 강화했다”고 말했다.

○ 중국군과 북한군 묻힌 ‘적군묘지’도 개방 추진

현재 민통선 내 안보관광은 제3땅굴-도라전망대-도라산역-통일촌을 둘러보는 코스와 허준 선생 묘-해마루촌-제3땅굴-도라전망대를 방문하는 코스 등이다. 경기도와 파주시는 군 당국과 협의해 새로운 관광지 개발을 추진 중이다. 우선 도라전망대에서 약 500m 떨어진 곳에 새로운 전망대를 세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새 전망대와 제3땅굴 사이에 모노레일을 설치하는 계획도 마련했다. 각각 70억 원과 160억 원가량의 사업비가 필요하다. 파주시는 내년 중 국도비 지원을 받으면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적군묘지를 관광객에게 개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파주시 적성면 답곡리에 조성된 적군묘지는 6·25전쟁 때 전사한 북한국과 중국군 병사들의 유해가 묻혀 있는 곳이다. 경기도와 파주시는 비공개 지역인 이곳을 새로운 안보관광지로 조성하는 방안을 관련 기관과 협의할 방침이다.

도 관계자는 “적군묘지를 개방하면 중국인 관광객이 상당히 많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비록 적군이었지만 예우를 갖춰 묘지를 관리하고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 대외적으로도 이미지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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