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대는 이날 “정부의 대학등록금 인하 정책을 적극 수용하고 사회적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실질등록금을 10% 이상 내릴 계획”이라며 “등록금은 내리고 장학금을 늘리는 방안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학교와 교수, 학생 등 학내 구성원 사이에 실질등록금 인하에 대한 원칙적 합의가 있었다”며 “향후 세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일단 명목등록금은 약 5% 내리고 장학금을 늘려 5% 이상 인하하는 효과를 발생시키겠다는 게 학교 측 계획이다.
실질등록금은 등록금 고지서에 적힌 명목등록금에서 1인당 평균 장학금을 뺀 수치로 학생 1명이 1년간 실제로 부담해야 할 등록금을 뜻한다. 본보가 교육과학기술부의 ‘대학알리미’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명지대는 실질등록금이 연 845만4800원으로 전국 대학 가운데 가장 높았다. 명지대는 명목등록금도 964만3000원으로 가장 비쌌지만 1인당 평균 장학금은 118만8200원으로 등록금 대비 장학금 비율이 12.3%에 머물렀다. 명지대는 “학교 예산을 더 효율적으로 쓰는 등 실질등록금을 내리기 위한 정책을 다각도로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 실질등록금 인하 확산 전망
명지대가 서둘러 실질등록금 인하 방침을 밝힌 것은 본보 보도에 대한 사회적 반향이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교육전문가들도 “명목등록금보다는 실질등록금을 기준으로 등록금 인하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잇달아 지적했다. 미국도 올해 8월부터 칼리지보드 홈페이지를 통해 각 대학의 실질등록금을 공개하고 있다. 명지대는 “용인 본교 캠퍼스가 이공계, 예체능계열 위주라 실질등록금이 비싸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며 “동아일보 보도 이후 생긴 ‘고액등록금 대학’이라는 인식을 불식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다른 대학도 단순히 명목등록금만 낮추는 것에서 벗어나 실질등록금 인하 행렬에 동참할지 주목되고 있다.
실제로 각 대학들은 장학금 재원을 늘려 실질등록금을 인하하는 쪽으로 등록금 인하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교과부에 따르면 전국 4년제 104개 대학은 누적적립금 6조345억 원 가운데 7091억 원을 장학 및 연구 적립금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최근 확정했다. 수천억 원대의 적립금을 쌓아놓고도 장학금을 늘리는 데 인색했던 대학들이 재원을 확충하기 시작한 것. 이 밖에도 각 대학들은 내년부터 저소득층 학생 장학금을 크게 늘리겠다며 다양한 제도를 내놓고 있다.
서울시내의 한 대학 관계자는 “재단 적립금을 전환하는 등의 방식으로 장학금 재원을 늘리면 실질등록금이 내려가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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