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우리학교 공부스타]경기 영덕여고 2학년 강설화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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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3일 03시 00분


끈질긴 노력으로 진정한 ‘공부맛’ 알게됐죠
사춘기때 잠시 공부포기… “이젠 성숙해졌어요”

《누구나 한번쯤 사춘기를 거친다. 쉽게 짜증나고 반항하고 때론 방황도 하는 시절. 경기 영덕여고 2학년 강설화 양(17)은 중2 때 사춘기를 맞았다. 사소한 일에 불평불만이 늘었다. 말투와 태도가 거칠어져 부모님에게 혼나는 일이 잦아졌다. 성격이 ‘뾰족’해져서인지 친구의 농담을 넘겨듣지 못하고 말다툼을 벌이곤 했다.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밤늦게까지 어울리다 밤 12시 넘어 집에 들어간 적도 있었다.

공부는? 물론 뒷전.
“중1 땐 그래도 전교생 약 400명 중에 100등 안에 들었어요. 2학년 때부터 공부가 하기 싫어지는 거예요.수업은 거의 안 듣다시피 하고 집에선 컴퓨터와 TV 앞에서 시간을 보냈죠.”》

경기 영덕여고 2학년 강설화 양은 사춘기를 거친 뒤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경기 영덕여고 2학년 강설화 양은 사춘기를 거친 뒤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성적은 자연히 내려갔다. 2학년 때는 200등대로 떨어지더니, 시험기간에도 책 한 번 들여다보지 않았던 3학년 땐 300등대까지 떨어졌다. 충격 받지도 않았다. 공부를 안 했으니 성적이 안 나오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중3 마지막 시험 성적은 전교 350등 언저리에서 맴돌았다.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시간들. 하지만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열꽃처럼 피었던 사춘기가 자연히 사그라지면서 강 양은 전환점을 맞았다.

“그렇게 공부 안 하고 놀면서도 한편으론 ‘이러면 안 되는데…’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그냥 들더라고요.”

사춘기가 쓸고 지나간 자리에 남은 것은 178cm의 키, ‘성숙하다’는 주변의 평가, 그리고 뒤처진 성적.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고교에 진학했건만 강 양은 학기 초부터 벽에 부딪혔다. 중학 과정을 거의 건너뛰다시피 했기에 수업을 따라가기가 어려웠던 것.

“수학은 특히 심각했어요. 한 번은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피타고라스 정리’를 이용하는 문제를 설명하시는데, 그게 뭔지 모르겠는 거예요. 주변 친구들을 훑어보니 다들 아는 눈빛이더라고요. 혼자 섬에 고립된 느낌이었죠.”

조바심이 났다. 오기도 생겼다. ‘따라잡으리라!’ 강 양의 본격적인 공부가 시작됐다. 처음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저 ‘닥치는 대로’ 공부했다. 부족한 공부요령은 학습량으로 만회했다. 쉬는 시간엔 바로 전 수업을 복습하고, 모르는 내용이 나오는 족족 친구들에게 물었다. 야간자율학습이 끝나면 집에 가서 밤 12시까지 또 공부했다. 하루에 계획한 학습 분량을 마치려고 토요일 방과후 교실에 혼자 남기도 했다. 중학 과정과 연관된 개념이 나오면 예전 교과서를 다시 찾아보며 보완했다.

쉽진 않았다. 첫 시험을 준비하면서는 수학 때문에 울기도 많이 울었다. 한 문제 건너 모르는 내용이 나오니 답답함이 극에 달한 탓이었다. 시험 당일엔 오전 2시에 잠자리에 들었는데 불안한 마음에 2시간 후인 새벽 4시 눈이 저절로 떠졌다.

“수학시험을 볼 땐 손이 덜덜 떨리더라고요. 제 딴엔 열심히 했는데 망칠까 봐 초조해서요. 담임선생님께서 ‘중학교 성적을 보고 놀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 수업을 열심히 들어 보기 좋다’고 하셨던 칭찬도 부담이 컸어요. 그 말 들었을 때 기분이 얼마나 좋았던지 절대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거든요.”

강 양의 첫 성적은? 전교생 약 400명 중 112등. 중3 때보다 크게 오른 성적이었지만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다. 수학점수는 50점대에 머물렀다. 그는 실망하지 않고 더욱 공부에 박차를 가했다. “얘들아, 나 이뇨작용이 활발해서 화장실 좀 다녀올게!” 이렇게 교과 지식을 평소 대화에서 우스갯소리로 써먹을 만큼 강 양의 머릿속은 공부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찼다.

끈질긴 노력은 결국 빛을 발했다. 1학기 기말고사에서 전교등수가 68등으로 뛰더니 2학년 때도 상승세가 이어졌다. 고교 첫 모의고사 때 6등급이었던 수리영역 점수는 모의고사 칠 때마다 한 등급씩 꾸준히 올랐다. 공부하는 만큼 성적이 오르는 데다 부모님, 선생님의 칭찬과 친구들의 부러움을 받으니 ‘공부할 맛’이 났다.

2학년 말인 현재 강 양의 성적은 전교 30등까지 상승했다. 모의고사 성적은 언어 1등급, 수리 2등급, 외국어 2등급을 유지한다. 강 양을 그렇게도 괴롭혔던 수학은 이젠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 됐다. 답이 명쾌하게 구해지는 수학의 재미를 알게 된 덕분이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이전보다 한층 성장했다는 생각이 스스로 들어요. 친구 관계도 중학교 때보다 훨씬 원만하고요. 고1 때 친구들이 제일 고마워요. 자잘한 것들까지 하나하나 물어보는 제가 귀찮았을 법도 한데 그런 내색 없이 정말 많이 도와줬거든요.”

강 양은 간호사가 되고 싶다. 의사의 진료를 돕고 환자를 일일이 돌보는 간호사의 역할이 의미 있다는 생각에서다.

“주변에선 의사에 도전해보는 건 어떠냐고 권유하기도 해요. 그런데 전 간호사가 더 좋아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환자를 세심하게 돌보는 간호사의 역할은 직접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 못지않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여러 환자들을 성심성의껏 도와주고 싶어요.”

장재원 기자 jjw@donga.com  

※‘우리학교 공부스타’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중하위권에 머물다가 자신만의 학습 노하우를 통해 상위권으로 도약한 학생들을 추천해 주십시오. 연락처 동아일보 교육법인 ㈜동아이지에듀. 02-362-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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