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번쯤 사춘기를 거친다. 쉽게 짜증나고 반항하고 때론 방황도 하는 시절. 경기 영덕여고 2학년 강설화 양(17)은 중2 때 사춘기를 맞았다. 사소한 일에 불평불만이 늘었다. 말투와 태도가 거칠어져 부모님에게 혼나는 일이 잦아졌다. 성격이 ‘뾰족’해져서인지 친구의 농담을 넘겨듣지 못하고 말다툼을 벌이곤 했다.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밤늦게까지 어울리다 밤 12시 넘어 집에 들어간 적도 있었다.
공부는? 물론 뒷전. “중1 땐 그래도 전교생 약 400명 중에 100등 안에 들었어요. 2학년 때부터 공부가 하기 싫어지는 거예요.수업은 거의 안 듣다시피 하고 집에선 컴퓨터와 TV 앞에서 시간을 보냈죠.”》
성적은 자연히 내려갔다. 2학년 때는 200등대로 떨어지더니, 시험기간에도 책 한 번 들여다보지 않았던 3학년 땐 300등대까지 떨어졌다. 충격 받지도 않았다. 공부를 안 했으니 성적이 안 나오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중3 마지막 시험 성적은 전교 350등 언저리에서 맴돌았다.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시간들. 하지만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열꽃처럼 피었던 사춘기가 자연히 사그라지면서 강 양은 전환점을 맞았다.
“그렇게 공부 안 하고 놀면서도 한편으론 ‘이러면 안 되는데…’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그냥 들더라고요.”
사춘기가 쓸고 지나간 자리에 남은 것은 178cm의 키, ‘성숙하다’는 주변의 평가, 그리고 뒤처진 성적.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고교에 진학했건만 강 양은 학기 초부터 벽에 부딪혔다. 중학 과정을 거의 건너뛰다시피 했기에 수업을 따라가기가 어려웠던 것.
“수학은 특히 심각했어요. 한 번은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피타고라스 정리’를 이용하는 문제를 설명하시는데, 그게 뭔지 모르겠는 거예요. 주변 친구들을 훑어보니 다들 아는 눈빛이더라고요. 혼자 섬에 고립된 느낌이었죠.”
조바심이 났다. 오기도 생겼다. ‘따라잡으리라!’ 강 양의 본격적인 공부가 시작됐다. 처음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저 ‘닥치는 대로’ 공부했다. 부족한 공부요령은 학습량으로 만회했다. 쉬는 시간엔 바로 전 수업을 복습하고, 모르는 내용이 나오는 족족 친구들에게 물었다. 야간자율학습이 끝나면 집에 가서 밤 12시까지 또 공부했다. 하루에 계획한 학습 분량을 마치려고 토요일 방과후 교실에 혼자 남기도 했다. 중학 과정과 연관된 개념이 나오면 예전 교과서를 다시 찾아보며 보완했다.
쉽진 않았다. 첫 시험을 준비하면서는 수학 때문에 울기도 많이 울었다. 한 문제 건너 모르는 내용이 나오니 답답함이 극에 달한 탓이었다. 시험 당일엔 오전 2시에 잠자리에 들었는데 불안한 마음에 2시간 후인 새벽 4시 눈이 저절로 떠졌다.
“수학시험을 볼 땐 손이 덜덜 떨리더라고요. 제 딴엔 열심히 했는데 망칠까 봐 초조해서요. 담임선생님께서 ‘중학교 성적을 보고 놀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 수업을 열심히 들어 보기 좋다’고 하셨던 칭찬도 부담이 컸어요. 그 말 들었을 때 기분이 얼마나 좋았던지 절대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거든요.”
강 양의 첫 성적은? 전교생 약 400명 중 112등. 중3 때보다 크게 오른 성적이었지만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다. 수학점수는 50점대에 머물렀다. 그는 실망하지 않고 더욱 공부에 박차를 가했다. “얘들아, 나 이뇨작용이 활발해서 화장실 좀 다녀올게!” 이렇게 교과 지식을 평소 대화에서 우스갯소리로 써먹을 만큼 강 양의 머릿속은 공부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찼다.
끈질긴 노력은 결국 빛을 발했다. 1학기 기말고사에서 전교등수가 68등으로 뛰더니 2학년 때도 상승세가 이어졌다. 고교 첫 모의고사 때 6등급이었던 수리영역 점수는 모의고사 칠 때마다 한 등급씩 꾸준히 올랐다. 공부하는 만큼 성적이 오르는 데다 부모님, 선생님의 칭찬과 친구들의 부러움을 받으니 ‘공부할 맛’이 났다.
2학년 말인 현재 강 양의 성적은 전교 30등까지 상승했다. 모의고사 성적은 언어 1등급, 수리 2등급, 외국어 2등급을 유지한다. 강 양을 그렇게도 괴롭혔던 수학은 이젠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 됐다. 답이 명쾌하게 구해지는 수학의 재미를 알게 된 덕분이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이전보다 한층 성장했다는 생각이 스스로 들어요. 친구 관계도 중학교 때보다 훨씬 원만하고요. 고1 때 친구들이 제일 고마워요. 자잘한 것들까지 하나하나 물어보는 제가 귀찮았을 법도 한데 그런 내색 없이 정말 많이 도와줬거든요.”
강 양은 간호사가 되고 싶다. 의사의 진료를 돕고 환자를 일일이 돌보는 간호사의 역할이 의미 있다는 생각에서다.
“주변에선 의사에 도전해보는 건 어떠냐고 권유하기도 해요. 그런데 전 간호사가 더 좋아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환자를 세심하게 돌보는 간호사의 역할은 직접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 못지않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여러 환자들을 성심성의껏 도와주고 싶어요.”
장재원 기자 jj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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