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좋죠. 열심히 공부한 걸 인정받은 것 같아서. 대학에서 공부를 계속해 교수가 되고 싶어요. 어느 분야의 교수가 될지는 모르겠어요. 확실한 것은, 최고가 되고 싶다는 겁니다."
서울과학고 3학년 배형규 군은 지난 9일 발표된 2012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 합격자 명단에 최연소로 이름을 올렸다.
일반 교육 과정을 거쳐 서울대에 합격했어도 들뜰 법한데 15살의 소년은 의외로 의젓했다.
어려서부터 영재로 불린 배군은 중등부 수학 올림피아드에서 금상을 받은 2008년에 서울과학고는 중학교 1학년 과정만 마쳐도 입학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시험 삼아' 응시했다가 덜컥 합격했다.
친구들이 중학교 2학년에 올라갈 때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배군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그저 닥치는 대로 읽었다고 한다.
배군의 부모는 아들의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느라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어머니 이지란(43·주부)씨는 "호기심이 정말 많아 한번 책을 읽으면 그 내용을 갖고 끝없이 질문했다"며 "두 권 이상의 책을 서로 연결해 질문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같은 시대의 두 음악가의 이야기를 연관시켜 '왜 두 사람은 만난 적이 없느냐'는 등 남들은 생각하지 못할 질문을 했다"고 말했다.
배 군은 과학고의 면학 분위기가 저절로 공부를 열심히 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선배들, 같은 학년 형들 모두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해요. 분위기 자체가 공부를 안 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공부하다가 모르는 게 있으면 선배, 형들, 선생님들을 최대한 활용했어요." 항상 1등만 하던 배 군은 과학고에서 만난 우수한 형들 때문에 당황하기도 했다.
배 군은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는 항상 남들보다 잘했는데 고등학교 땐 잘하는 형들이 너무 많아 고민했다"면서 "하지만 책을 읽고 자신감을 얻게 돼 오히려 더 열심히 하게 됐다"며 웃었다.
배 군은 연세대 수시모집에서 치과대학에도 합격한 상태다.
배 군은 "서울대에 진학해 컴퓨터공학과에 간다면 원래 좋아했던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한 것이고, 연세대 치대에 간다면 더 안정적인 미래를 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 군은 요즘 한 대기업에서 진행하는 정보통신기술(ICT) 멤버십 프로그램에 참여해 일정이나 약속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다.
"리처드 파인먼이라는 천재 물리학자가 있어요. 전 이분의 연구 성과보다도 인생을 재미있게 산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저도 이분처럼 진지한 연구를 하면서도 항상 밝은 모습을 유지하는 과학자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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