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하대는 올여름 개교 이래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강원 춘천시로 봉사활동을 떠났던 학생 35명 가운데 10명이 산사태로 희생되고 20명이 중경상을 입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당시 이본수 총장(64·사진)을 중심으로 전 교직원이 ‘부모의 마음’으로 사태 수습에 최선을 다했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당시 사태 수습에서 장례식까지 위기상황을 슬기롭게 대처하자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가 “‘재난위기 대응매뉴얼’을 가지고 있느냐”고 물었을 정도. 》 이 같은 위기관리능력 뒤에는 평소 대학 구성원과 직접 소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조직을 위해 자발적인 열정을 이끌어 내도록 솔선수범의 자세를 보인 이 총장의 리더십이 있었다.
―등록금 상한제 등 여러 가지 변수로 교육여건이 어려웠지만 연구 및 교육에서 성과를 거둔 한 해였는데….
“대학과 교수와 학생 모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습니다. 우선 13일 제37회 국가품질경영대회(주최 지식경제부)에서 전국 대학 중 유일하게 교육부문에서 대통령상인 ‘품질경영상’을 수상합니다. 특히 리더십과 전략, 교직원·학생, 프로세스, 경영성과를 보는 현장 실사에서 704.6점을 얻어 세계적 수준에 속했습니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발표한 2011년 국가연구개발 연구 성과 100선에 노철언 물리화학부 교수 등 3명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KAIST 서울대에 이어 연세대 광주과학기술대와 함께 공동 3위입니다. 특히 인촌기념회와 동아일보가 주최한 제25회 인촌상 시상식에서는 수학통계학부 강현배 교수가 수학자로서는 처음으로 자연과학부문에서 수상의 영예를 차지했습니다.”
―글로벌 대학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데 인하대만의 차별화된 전략은 무엇인가.
“현재 42개국 198개 대학과 교류하고 있습니다. 최근 3년간 교류 대학은 44개에서 71개로, 국가는 19개에서 26개로, 학생 교류 대학은 23개에서 53개로 늘어났습니다. 특히 외국인 학생은 777명에서 1132명으로 46% 늘었습니다. 서머스쿨을 찾는 외국 학생도 늘고 있습니다. 3년 전만 해도 5개국(42명)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미국, 유럽 등 19개국에서 모두 250여 명이 찾았습니다. 이는 외국 학생을 위한 일대일 결연프로그램과 멘토제 운영, 맞춤형 교과과정 등 글로벌 교육을 시행한 결과입니다.”
2009년 4월 캐슬린 스티븐스 당시 주한 미국대사(왼쪽에서 다섯 번째)가 인하대에서 특강을 마친 뒤 이본수 총장(왼쪽에서 여섯 번째), 학생들과 함께 우남호(1955년 10월 한국 최초로 태평양을 횡단한 항공기)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인하대 제공―국제적인 명문사학으로 발전하기 위해 구상하고 있는 분야는….
“우선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학 구조 개혁에 힘쓰고 있습니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등 4개 학과를 국제언어문화학부로 바꿨습니다. 이 학부에서는 언어 실용화와 경제 블록에 맞춰 최소 2개 언어를 졸업 전에 습득합니다. 또 문화산업(CT)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문화컨텐츠학부에 문화컨텐츠와 문화경영 전공을 두고 올해 신입생을 선발합니다. 특히 경영대는 최근 국제경영대학발전협의회(AACSB) 인증을 받았습니다. 이는 그동안 인하대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지적해 온 경영학의 발전에 기틀을 마련한 것입니다. 앞으로 경영학을 통해 인하대가 물류와 IT, 기계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족시키는 경영대학으로 거듭날 것으로 확신합니다.”
―3년 동안 인하대를 이끌면서 많은 성과를 냈는데 앞으로 중점적으로 추진할 과제가 있다면….
“앞으로는 감성이 강조되는 인문학적 소양과 합리적인 경영학을 접목해 ‘경영학에 능통한 공학도’ ‘공학적 마인드를 가진 경영학도’를 집중 배출할 것입니다. 경영학은 공학과 융합해 또 다른 시너지 효과를 낼 것입니다. 궁극적으로는 IT산업 경영과 자동차산업 경영, 조선·중공업 경영, 벤처창업 경영, 서비스산업 경영, 글로벌금융 경영 분야에 능통한 인재를 양성하고자 합니다.”
―올여름 발생한 춘천 산사태 등으로 개교 57년 역사상 가장 다사다난한 한 해였는데….
“7월 27일 새벽 춘천 산사태로 우리 학생 10명이 희생됐습니다. 당시 구성원 모두가 우리 식구, 우리 가족을 구한다는 일념으로 정성을 다했습니다. 비록 희생을 당한 학생들을 살릴 수는 없었지만 부상자들은 모두 완쾌되어 학업을 하거나 다음 학기에 복학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재단이 발 빠르게 사태 수습에 사용하라며 3억 원의 성금을 보냈고 교직원과 인하대병원, 인천시, 동창회도 힘을 보태 8억 원에 조금 못 미치는 성금을 모아 이 중 7억 원 정도를 유족에게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과학을 사랑해 후배를 가르치다 참변을 당한 우리 학생들의 숭고한 정신은 모교와 우리 사회에 길이 남아 ‘가장 위대한 봉사’로 기억될 것입니다.”
대담=박선홍 기자 sunhong@donga.com 정리=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 이본수 총장 ::
1975년부터 36년 동안 교수로 재직하면서 한국공업화학회와 화학관련학회 연합회 회장을 맡았다. 전남 여수 출신으로 서울대에서 학부와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아주대 교수와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연구원을 지냈다. 1982년 화학과 교수로 인하대와 인연을 맺은 후 교무처장 이과대학장 대학원장 부총장을 거쳐 2009년 3월 인하대 역사상 두 번째 교수 출신 총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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