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광주 남구 대촌동에서 연탄을 나르고 있는 광주 남부소방서 정범준 소방교(앞쪽). 정 소방교는 2008년부터 월급과 강의료를 모아 겨울철 소외계층에게 연탄을 기부하고 있다. 광주 남부소방서 제공
월급 일부와 강의료를 모아 이웃을 돕는 소방관, 경조금을 장학금으로 내놓은 구청 공무원, 휴경지에 고구마를 재배해 수익금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면사무소 직원….
공무원들의 아름다운 기부가 세밑에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13일 오전 광주 남구 대촌동 골목. 제복을 입은 소방관들이 연탄을 나르느라 분주했다. 이 동네 홀로 사는 노인과 소외계층가정 세 집에는 연탄 900장이 들어찼다. 연탄을 기부한 주인공은 광주 남부소방서 119구조대 소속 정범준 소방교(34). 2008년 12월 광산구 신가동 일대 주택을 돌며 긴급전화를 점검하던 정 소방교는 혼자 사는 80대 노인 집을 방문했다. 노인은 연탄 한 장 구입할 돈이 없어 영하의 날씨에도 냉방에서 지내고 있었다. 그는 이때부터 통장을 따로 만들어 월급 일부와 응급구조 강의를 다니며 받은 강의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렇게 1년 동안 100여만 원의 돈이 쌓이면 주민센터를 통해 도움이 필요한 가정을 추천받아 난방비 등을 지원했다. 동료 소방관들과 소외계층을 위한 쌀 나누기, 청소, 목욕시켜주기, 연탄나누기 등 봉사활동도 지속적으로 펼쳤다. 정 소방교는 “사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조금 참고 월급과 강의료를 모았다”며 “남을 돕는 일은 모르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혼자서 했는데 도움의 손길을 더 늘리는 게 좋을 것 같아 동료들과 함께 봉사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진 광주 북구 자치행정국장(57)은 13일 북구 장학회에 축의금 일부인 300만 원을 기부했다. 11일 자녀 결혼식을 치른 김 국장은 가족과 의논해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비를 마련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꿈과 용기를 심어주기 위해 장학금을 내놓았다. 광주 북구에서는 올 한 해 동안 김 국장을 포함해 5명의 공무원이 경조사를 치른 뒤 100만∼300만 원을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최근 청백리 공무원으로 꼽힌 북구청 남일우 씨(55)가 올해 두 차례 200만 원을 기탁하는 등 1년간 직원들의 기부가 30건에 3750만 원이나 됐다.
휴경지에 고구마를 재배해 어려운 이웃을 돕는 공무원들도 있다. 전남 영광군 군서면사무소 직원들은 최근 혼자 사는 노인과 중증장애인 등 50여 가구에 따뜻하게 겨울을 날 수 있도록 내의를 전달했다. 내의는 직원들이 4월 휴경지 2300m²(약 700평)를 30만 원에 빌려 재배한 고구마 수익금 80만 원으로 마련했다. 군서면사무소 직원들의 ‘고구마 이웃사랑’은 올해로 4년째다. 성기태 군서면사무소 총무담당은 “직원들이 고구마를 재배하면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해한다”며 “이런 작은 기부가 삭막한 세상에 나눔이란 소중한 씨앗을 뿌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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