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앗! 판결문에 원고-피고가 바뀌었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9일 03시 00분


판사 황당실수에 서로 “승소”
양측 항소안해 확정됐다 정정

판사의 황당한 실수로 원고와 피고가 뒤바뀐 판결문이 나와 원고와 피고가 서로 소송에서 이겼다고 주장하는 일이 일어났다.

서울가정법원 김모 판사는 9월 말 부인 A 씨(31)와 남편 B 씨(33)의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에서 “남편 B 씨는 부인 A 씨에게 공동명의로 돼 있는 아파트 지분 절반을 넘기라”고 판결문을 작성했다. 이 아파트는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시가 4억2000여만 원 상당으로, 판결문대로라면 부인 A 씨는 남편이 넘길 지분을 합해 아파트의 소유권을 독차지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원고와 피고를 바꿔 쓴 오기(誤記)였다. 판결 이유를 설명한 부분에는 “아파트는 남편이 전적으로 마련한 것”이라며 “부인 A 씨는 남편 B 씨에게 아파트 소유권 절반을 모두 넘기라”고 돼 있었다. 애초에 A 씨가 아파트 소유권을 달라고 청구한 사실도 없었다.

A, B 씨 모두 항소하지 않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하지만 이후 부인 A 씨가 판결대로 아파트 소유권을 넘겨받으려 하자 남편 B 씨가 재판부에 “판결문이 잘못됐다”며 정정신청을 내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재판부가 판결문을 정정하자 이번에는 부인 A 씨 측이 즉시항고 했지만 기각됐다. 부인 A 씨를 대리한 노영희 변호사는 “판결문의 단순한 오타를 고친 게 아니라 판결 결과를 뒤집은 것”이라고 반발했다. 법원 관계자는 “판결문을 전체적으로 보면 단순한 오기임을 쉽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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