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경찰청장 “檢송치 전엔 檢지휘 안받게… 일본식 모델로 법개정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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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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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오 경찰청장 밝혀… “형소법 재개정 대장정”
법무부-검찰 반발 클듯

경찰이 수사할 때 아예 검찰의 지휘를 받지 않는 방향으로 형사소송법을 개정할 방침을 세우고 이를 추진 중인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기 전까지는 검찰의 지휘 없이 독립적으로 수사하고 사건을 검찰에 넘긴 뒤에 검찰의 지휘를 받는 ‘일본식 검경관계’를 모델로 형소법을 재개정하겠다는 것.

올해 6월 형소법 개정으로 수사 주체성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최근 총리실의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에서 진전을 보지 못하자 강수를 둔 셈이다. 하지만 50년 넘게 유지돼왔던 ‘상명하복’식 검경 관계를 뒤집는 것이어서 법무부와 검찰의 반대가 거셀 것으로 예상돼 법이 실제 개정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조현오 경찰청장(사진)은 1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검사의 지휘권이 명시된 형소법 체계가 바뀌지 않고서는 수사권을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다는 게 총리실의 시각”이라며 “일본식 검경관계를 참고해 개정안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의 경우 경찰은 검찰에 사건을 넘기기 전까진 외부 간섭 없이 수사를 한다. 검찰은 2차적 수사권자로서 경찰에서 넘어온 사건에 대해 필요한 부분을 직접 수사하거나 경찰이 수사하도록 지휘한다.

영국과 미국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원천적으로 분리해 경찰의 독자 수사권을 인정하고 있다. 반면 독일 등 대륙법계 국가는 수사와 기소에서 검찰의 권한을 폭넓게 인정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들 국가도 경찰이 수사를 전담토록 하면서 검사의 감독 권한을 명시하는 식이다.

경찰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수사는 경찰이 맡고 검사는 기소와 공소유지를 담당하는 영미식 모델을 추구하고 있지만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하는 수사 현실을 고려해 이 같은 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자체적인 입법권한이 없어 현재 형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을 설득해 이 같은 내용을 반영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조 청장은 16일 일선 경찰관들에게 ‘경찰청장 서한문’을 보내 “수사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형사소송법 재개정’의 대장정을 시작하고자 한다”고 선언했다. 조 청장은 “경찰의 수사 주체성을 인정하는 형소법 개정이 역사상 처음으로 이뤄졌지만 총리실이 입법 취지에 배치된 강제 조정안을 입법예고함으로써 경찰이 나갈 길이 분명해졌다”며 “이제는 바위를 깨뜨리는 데(형소법을 개정하는 데)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검경은 17일 수사권 조정에 관한 대통령령 입법예고안 마련을 위해 임종룡 국무총리실장 주재로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차관급, 검찰과 경찰의 차장급 인사가 1명씩 참석한 가운데 5개 기관 협의를 진행했으나 진전을 보지 못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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