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이 학교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열에 아홉은 아마 “점심시간”이라고 입을 모을 것이다. 먹고 또 먹어도 배고픈 나이, 꿀맛 같은 급식에 행복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친구들과 쌓아놨던 수다를 터뜨리거나 신나는 운동경기를 한 판 뛸 수 있는 시간도 점심시간이기 때문이다. 여기, 점심시간에 ‘이색 놀이’를 즐기며 누구보다도 독특한 추억을 쌓는 여고생들이 있는데…. 한창 외모에 관심 많은 여고생들이 펼치는 ‘미친듯이 발랄한’ 점심시간 놀이, 한번 들여다볼까?
최근 대전의 한 여고 2학년 ○반의 점심시간. 학생 서너 명이 한 친구의 머리카락을 무언가로 돌돌 말고 있다. 마치 미용실을 연상케 하는 풍경. 무슨 일이냐고? 여고생들의 ‘신(新)미용기술’, 이른바 ‘종이 파마’ 중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연습장 같은 종이와 노란색 고무줄만 있으면 준비 완료. 종이를 스트레이트파마용 ‘판때기’ 크기로 몇 번 접은 뒤 이를 이용해 머리를 말아 올리면 된다. 그 다음 고무줄로 팽팽하게 고정하면 10분 만에 세팅이 끝난다. 20분 후 고무줄을 풀고 종이를 빼면 어느새 물결처럼 웨이브 진 파마머리가 완성된다. 이 학급 윤모 양(17)의 말.
“저희 학교는 두발 자유가 아니라서 파마는 금지거든요. 하지만 웨이브 머리 스타일이 욕심은 나고…. 처음엔 한두 명이 시작했는데 곧 유행처럼 번졌어요. 예쁘기도 하지만, 뭣보다 신기하고 재밌잖아요! 1시간쯤 지나면 저절로 다 풀려요. 말하자면 점심시간 ‘깜짝 변신’인 거죠(웃음).”
서울의 Y여고 1학년 ○반에선 얼마 전 점심시간에 ‘코믹 패션쇼’가 열렸다. 모델 장윤주를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조모 양(17) 외 2명이 이야기꽃을 피우던 중 ‘우리도 패션쇼를 해보자’고 합의한 것. 하지만 여러 번 옷을 바꿔 입고 위풍당당 런웨이를 걷는 듯한 모습을 상상하면 오산이다. 조 양이 선보인 ‘잇 아이템’은 바로, 긴 생머리로 만든 수염, 넥타이 패션이다.
긴 생머리로 수염, 넥타이를 만들다니? 방법은 이렇다. 머리카락을 양 갈래로 나눈 뒤 턱 바로 아래에서 묶어주면 그럴듯한 수염이 완성된다. 넥타이는 그 상태에서 머리카락 끝부분을 ‘브이넥’의 교복 니트 조끼 안으로 넣으면 된다. 상상해보라. 이런 상태의 세 명이 교실 뒤편에서 한 명씩 번갈아 걸어 나오며 패션모델의 워킹과 포즈를 따라하는 모습을. 이날 점심시간엔 학생들의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고.
“너무 웃어서 숨쉬기도 힘들었어요. 코믹 패션쇼 모습은 저희들 휴대전화에 사진과 영상으로 고스란히 담겼죠. 학교에서 공부하는 건 힘들 때도 있지만 이렇게 점심시간에 한바탕 재미있게 놀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려요. 나중에 커서 이 영상을 다시 보면 정말 웃음이 ‘빵’ 터지겠죠?”(조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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