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시 신창면 순천향대 캠퍼스의 ‘앙트레프레너관’에서 창업컨설팅을 받고 뛰어나오는 학생들. 밝고 자신감 있는 학생들의 표정에서 대학의 희망찬 미래가 읽힌다. 앙트레프레너관은 학교 측이 학생들의 기업가 정신을 함양하기 위해 9월에 문을 열었다. 순천향대 제공
“의약 생명과학 분야 인재 양성의 요람으로 거듭납니다.”
순천향대가 ‘의약공학과’와 ‘생명시스템학과’ 신입생을 뽑는 2012학년도를 의료 생명과학의 메카로 거듭나는 원년으로 선언했다. 의료과학 및 생명과학 분야 특성화 사업단이 이미 9월 1일자로 구성을 마친 뒤 활동에 들어갔다. 이미 제약업계와 연구소에서는 이 분야 인재를 입도선매(立稻先賣)하려는 움직임마저 나타나고 있다.
순천향대는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의료과학, 생명과학, 비즈니스서비스, 복지서비스 정보기술(IT) 융합 등 5개 분야의 특성화를 통해 이들 분야의 학문을 전국에서 10위권 안으로 끌어올리기로 한 ‘유토피아 2020 2단계 계획안’을 마련했다. 이른바 ‘5 Top 10’ 구상이다.
순천향대는 의료과학과 생명과학 분야는 정책적 특성화 사업으로 분류해 집중적인 지원을 하기로 했다.
○ 의약 바이오 분야 미래 인재를 선점하라
의료과학 분야 특성화 사업은 ‘의료 산학 스마트 폴리스(Medical Smart Polis)’ 사업으로 불린다. 그리스 시대에 폴리스에 지식인들이 몰려 살았듯 좀 더 나은 의료 전문인들이 모여 연구하고 공부한다는 뜻이다. 임상병리학과, 작업치료학과, 의료IT공학과, 보건행정경영학과가 이 사업에 참여한다.
이 사업은 메디컬 커뮤니케이션이 뛰어난 인재를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 의사와 환자 사이에서 의학적 소통을 원활히 하는 인재를 말한다. 의료시장 개방으로 이 분야 산업이 보다 글로벌화되고 있어 의료 기본지식과 의학용어뿐 아니라 외국어 실력을 갖춘 인재도 요구되고 있다. 의료과학 분야 특성화 단장을 맡은 이영현 교수(작업치료과)는 “아마도 메디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를 양성하는 과정은 국내에서는 유일할 것이다”라며 “한국도 요즘에는 의료관광에 적극적이어서 이 분야의 인재 수요는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학교 측은 의학 공통과목(의학용어, 해부학, 생리학 등 9학점) 이수자 대상으로 별도 시험을 통한 인증제 도입, 의학적 의사소통 능력 인증제(MTA)를 도입하고 메디컬 관련 산업체에서 의사소통 능력(MCA) 향상을 위한 교육을 강화할 예정이다. 올해에만 50여 명에 대해 해외 의료산업체 방문 및 인턴십을 실시할 계획이다.
의약바이오 인재 양성 사업인 생명과학 특성화 사업에는 생명시스템학과, 의약공학과, 의료생명공학과가 참여한다. 생명과학 특성화를 통한 의약바이오 전문 인력 양성이 목표다. 실기, 현장 위주의 교육을 통해 훈련되고 준비된 인력을 양성한다는 것이다. 이영상 생명과학특성화사업단장(의료생명공학과)은 “이공계 학생들이 강의 위주의 수업을 받아 실제로 일을 잘 못한다는 것이 현장의 불만이 된 지 오래다”라며 “참여 학과 학생들에게 8∼10개의 현장 위주 과목을 가르쳐 맞춤형 인재를 배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측은 생명과학연구소(가칭)를 신설해 산업체 연구용역의 수주 및 공동개발연구를 활성화하고 의약바이오 기술지원센터(가칭)의 설립 및 운영으로 의약바이오분야 산업체와의 공동 연구 및 기술 개발을 해나갈 계획이다.
○ 전국 4개 병원, 기초과학학과 육성이 경쟁력의 배경
순천향대는 처음 의대로 출발해 의료과학 분야의 특성화 기반을 다졌다. 여기에다 의료과학대(의료생명공학과, 임상병리학과, 보건행정경영학과, 의예과), 자연과학대(생명과학과, 생명공학과, 해양생명공학과, 화학과, 식품영양학과, 환경보건학과), 의과대(의학과, 간호학과) 등 12개 의료 생명 분야의 학과에 집중적인 지원을 해왔다.
이런 의료생명 분야 기반에 힘입어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광역경제권 선도산업 인재양성사업’ 지원 대학으로 선정돼 매년 50억 원가량의 지원을 받아 관련 분야 인재를 양성해 왔다. 이 사업으로 구성된 순천향대 의약바이오인재양성센터는 의료과학과 생명과학 특성화 사업을 지원하는 밑바탕이 되고 있다.
해외 23개국 96개 자매대학에서 온 교환학생들이 함께 생활하며 영어와 중국어를 자연스럽게 공부하는 글로벌 빌리지(Global Village) 생활관과 무료로 진행되는 해외연수 기회인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서머세션 프로그램, 통학을 하면서 학점을 딸 수 있는 전국 유일의 열차강의 등도 특성화를 위한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이상기 의약바이오인재양성센터장은 “기업에서 이미 학생들을 보내 달라는 요구가 크게 늘고 있다”며 “우리 대학의 학부생이 대학원생 수준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기업체의 반응을 보면 경쟁력이 확연히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산=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취업률과 함께 인성 교육 강조해온 손풍삼 총장 ▼ “심폐소생술 필수과목… 더불어 사는 게 중요”
순천향대 손풍삼 총장(사진)은 기관이나 기업을 방문하면 절대 그냥 돌아오지 않는다. 거기에 순천향대 졸업생이 있는지 반드시 찾아보고 격려한다. 졸업생을 만나고 나오면서 관계자에게 “우리 졸업생 어떠냐”고 물어 “참 착하죠”라는 답변이 돌아오면 뿌듯해한다. 학교가 강조하는 ‘인성 교육’이 학생들에게 제대로 스며들고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손 총장은 ‘착함’의 의미를 이렇게 풀이했다.
“착하다는 말은 더불어 산다는 말이에요. 성실하다는 말이기도 하고 잘 견딘다는 말이기도 하죠. 이 세상을 사는 가장 중요한 덕목 아닌가요.”
손 총장은 “올해 2학기부터 심폐소생술을 졸업 학점 대상에 포함시켰다”며 “이는 응급처치를 받지 못해 숨지는 사람이 연간 3만5000명을 넘는 시대에 이웃과 더불어 살기 위한 교육”이라고 말했다.
순천향대의 취업률은 2011년 2월 졸업생 기준으로 학생수 1만 명 이상 지방 국공립대 29개 대학 가운데 9위를 차지했다. 취업 정보와 지원시스템, 상담센터 등을 집적한 ‘아이 디자인(I’ Design)관’과 기업가 마인드를 기르는 ‘앙트레프레너(Entrepreneur)관’을 운영한 게 효과가 컸다.
하지만 손 총장은 상위권인 취업률은 좀처럼 자랑거리 지표로 소개하지 않는다. 그는 “대학은 당장 몇 명을 취업시키느냐가 아니라 미래의 동량을 얼마나 많이 만들어 내느냐에 달려 있다”며 “취업을 집중 지원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인성이라는 가치를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중시하는 인성의 덕목 가운데 하나는 ‘자기주도성’이다. 손 총장은 “우리 사회가 ‘부모 말 잘 들어’ ‘선생님 말 잘 들어’라고 강조하면서 한 가지 빼놓은 것은 ‘최종 결정은 네가 하거라’였다”며 “그래서 대학 학점 취득과 취업도 부모에게 의존하는 나약한 세대가 탄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주도성 있는 자녀를 기르도록 교양교육원에 ‘학부모학’을 개설할 계획이다.
손 총장은 “등록금은 어떤 형태로든 학생들에게 다 되돌려줘야 한다는 것이 총장의 생각이고 재단의 뜻이기도 하다”며 “순천향대는 사회가 만족하는 인간을 길러내는 미래 경쟁력 높은 교육기관으로 거듭 날 것”이라고 말했다. ▼ “수요 급증하는 신약개발-생명과학 인재 육성” ▼ 의약공학-생명시스템학과 신설
순천향대 교내의 의약바이오인재양성센터에서학생들이 세포 배양 및 약효능 검사 실험 실습을 하고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의료과학대학에 세워지는 의약공학과(40명)는 의약바이오 관련 고부가가치 산업분야에서 일할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대전 대덕연구단지와 함께 천안이 국제과학비즈니스 벨트 기능지구로 확정되면서 이 분야는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신약소재 개발을 위한 의약화학, 바이오씨밀러, 세포치료제 등 바이오의약품 제조 분야와 의약품 효능 취급 분야, 제약공정 및 품질관리 분야 등을 교육한다. 제약 산업 분야에서 활동할 현장 맞춤형 인력 양성을 위해 산학 공동 교육과정 설치도 적극 추진 중이다.
전 세계적으로 제약 산업의 고급 인력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취업 전망은 매우 밝다. 국내의 이 분야 연간 채용인원은 600여 개 제약회사에서 2000∼3000명, 200여 개 화장품 회사에서 1000명가량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 삼성 LG 한화 동아제약 녹십자 등 대기업들에 진출한다. 의약공학과 이상기 교수는 “기존의 기초과학 약학 의학 공학 경영학 등과 연결된 학제적 학문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자연과학대학에 세울 생명시스템학과(83명)는 기존의 생명과학과, 생명공학과, 해양생명공학과를 융복합적으로 합쳐 만들었다. 질병 예방과 치료, 노화, 식량, 생물에너지 등 생명시스템 분야가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어 인력 수요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 전공 분야는 동물학, 식물학, 미생물학으로 크게 구분되며 ‘표본반’ ‘항생물질연구회’ ‘생명과학영어모임’ 등의 동아리 활동으로 학습효과를 높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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