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峯 피한다던 케이블카… 노고단-천황봉-관모능선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3일 03시 00분


내년 6월부터 설악산 관모능선, 지리산 중봉, 월출산 천황봉 등 국립공원 7곳에 케이블카 설치가 추진된다.

○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 후보지 확정


환경부는 “21일 제93차 국립공원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국립공원 삭도(索道·케이블카) 시범사업 선정 절차안’을 의결했다”고 22일 밝혔다. 케이블카 설치 후보지는 △지리산(전남 구례군) 온천지구∼노고단 하단부(4.3km) △지리산(전북 남원군) 반선지구∼중봉(6.6km) △지리산(경남 산청군) 중산관광지∼제석봉(5.4km) △설악산(강원 양양군) 서면 오색리∼관모능선(4.7km) △월출산(전남 영암군) 기(氣) 체육공원∼천황봉(2km) △한려해상(경남 사천시) 초양도∼각산(2.5km)이다.

이들 후보지 7곳은 정부의 ‘자연공원 케이블카 설치 운영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환경성, 경제성, 공익성, 기술성 검토를 받아야 한다. 또 민간전문위원회의 정밀조사 등을 거쳐 내년 6월 최종 후보지가 결정된다. 환경부는 “기준만 충족되면 7곳 모두 케이블카가 설치될 수 있는 반면 기준 미달 시 한 곳도 설치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는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았다. 다만 설악산(강원 속초시), 내장산(전북 정읍시), 덕유산(전북 무주군), 계룡산(충남 계룡시)에만 환경기준이 엄격하지 않던 1980년대 등에 단거리 케이블카가 설치됐다. 하지만 국립공원 자연보존지구 내에 케이블카 설치 거리를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자연공원법이 지난해 9월 개정되면서 케이블카 최대 이동 거리는 2km에서 5km로 늘리고, 정류장 높이는 9m에서 15m로 올렸다. 이에 따라 설악산 대청봉, 지리산 천황봉 등으로 장거리 케이블카를 운영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지방자치단체들의 신청이 이어져 정부가 심의절차에 들어갔다.

○ 부실한 가이드라인 논란

이날 후보지 7곳과 함께 공개된 ‘자연공원 케이블카 설치 운영 가이드라인’은 부실한 부분이 많아 심의절차가 진행될수록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은 △중요 생태자원 보존 △주요 봉우리 설치 회피 △기존 탐방로 연계 불가 △경제성 검증 △멸종위기종 원생림 보호 등.

문제는 가이드라인에 ‘주요 봉우리에 케이블카 설치를 피한다’는 심의조항을 명시했으면서도 ‘사업의 운영수익 등 경제성을 검증받는다’는 상반된 조항을 넣었다는 점이다.

이를 반영하듯 심의기준과 달리 이날 발표된 7곳 후보지는 지리산 노고단 하단부, 중봉과 제석봉, 월출산 천황봉 등 대부분 각 산의 주요 봉우리 일대였다. 설악산 관모능선도 대청봉 바로 옆 지역이다. 환경단체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의 지성희 활동팀장은 “환경을 위해 주요 봉우리를 피한다고 해놓고서는 정작 후보지는 주요 봉우리”라며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훼손이 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부도 “가이드라인 중 모호한 부분이 많다”며 문제를 인정했다. 환경부 김승희 자연자원과장은 “내년 1월 가이드라인을 보완하는 구체적 기준을 만들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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