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은 쓰잖아요. 이건 차(茶)처럼 가볍게 마실 수 있어요.” 대구 중구 성내동 중앙한약방 박신호 대표(46)는 기자에게 직접 만든 약차를 권했다. 마셔 보니 목 넘김이 부드럽고 조금 단맛이 났다. 그는 “한약의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다”며 “황기 계피 감초 등 12가지 약재를 섞었다”고 했다. 박 대표는 이 약차를 한약방을 찾는 손님들에게 권한다. 한약방을 커피전문점처럼 누구나 편안한 마음으로 찾아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는 게 그의 소망이다.
중앙한약방은 특이하다. 건물 외벽은 한약처방전으로 꾸몄고 안은 한방 관련 역사자료가 가득하다. “한약만 파는 공간이 아니라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는 게 박 대표의 생각이다. 최근에는 인근 음식점과 미용실, 실내골프장 등 다른 업종과 손잡고 고객 무료서비스 제공에 나섰다. 350여 년을 이어오는 전국 최고(最古) 전통에만 기대지 않고 새로운 길을 열어가야 한다는 마음이다. 그래야 1926년부터 이어온 3대 가업도 미래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박 대표의 이 같은 노력은 약령시에서 매년 열리는 한방축제 같은 행사나 테마거리 조성 같은 사업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약령시를 살리기 위해 30여 년 전부터 지자체와 상인들이 나서고 있지만 아직 별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도 시민이나 관광객들과 호흡하지 못한 채 전통에 묻혀 있기 때문 아닐까. 박 대표처럼 전통을 따뜻하게 데워 새롭게 만드는 ‘온고지신’은 대구약령시를 살리는 보약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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