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안내서에 없던 ‘홍길동 기둥’ 세종시 첫마을 1단지 106동 70X호의 아파트 내부에 있는 홍길동 기둥.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홍길동 기둥’ ‘개구멍’을 아세요.”
충남 연기군 남면의 세종시 첫마을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이 시공사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분양안내서나 사이버모델하우스와 다르게 시공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26일 입주를 앞두고 입주 예정자들은 온라인 카페 등을 통해 집단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참여자를 모집하고 있다.
입주 예정자들은 당초 분양안내서에 없었다가 갑자기 나타났다고 해서 홍길동 기둥이라고 부르는 아파트 내부 기둥에 대해 법원에 피해보상 소송까지 제기했다. 문제의 기둥은 첫마을 1∼3단지 2242가구 가운데 262가구(35평형) 내부에 있으며 지름 60cm가량. 주방과 발코니 사이에 놓여 창밖 전망을 막고 주방과 거실 간 동선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기둥의 존재는 3순위 분양신청이 마감된 후인 지난해 11월 19일 분양 신청자들에게 통보됐다. LH 측은 “기둥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분양안내서에 누락됐다는 사실을 공지했고 계약을 취소할 경우 청약 기회는 복원해 주겠다는 약속과 함께 분양 취소 신청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입주 예정자들은 “청약 기회를 복원해 준다 하더라도 다음 분양부터는 가격이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 데다 추후 분양을 받을 수 있다는 기약도 없었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입주할 수밖에 없었다”며 “분양 계약에 임박해서야 알리고 할일 다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복층 구조 아파트 120여 가구에 있는 소위 ‘개구멍’은 다락방과 테라스 간의 출입구로 당초 분양안내서에는 사람이 서서 드나들 정도인 것으로 소개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가로 세로 각각 60cm 안팎이어서 몸을 심하게 구부리지 않으면 드나들 수 없을 정도다. 입주 예정자들이 지난달 26일부터 시작된 사전 점검 직전에 아파트를 찾아왔다가 이를 발견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LH 측은 “다락은 천장이 낮아 물품을 저장하는 용도이지 사람이 드나드는 곳이 아니다”며 “분양안내서의 평면도와 투시도는 이해를 돕기 위한 개략도이지 실제와는 차이가 있고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지했었다”고 해명했다.
평면도와 다른 ‘개구멍’ 세종시 첫마을 1단지 25평형 아파트. 다락에서 테라스로 가려면 기어가야 해 ‘개구멍’ 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주차장(지하만 있음)도 큰 불만 사항 가운데 하나로 309동 등 500여 가구 주민들이 가까운 곳에 주차를 할 수 없다. 입주 예정자들은 단지 지상에 별도의 주차장을 확보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LH 측은 “더는 주차장 확보가 어려운 만큼 인근 유료인 공영 주차장을 활용해 달라”는 입장이다. 공영주차장은 아파트와 멀게는 500m가량 떨어져 있다.
입주 예정자들은 “LH와 감독기관인 행정도시건설청이 당초 분양안내서 등과 다르게 시공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흔히 있을 수 있는 하자인 것처럼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여 입주 예정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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